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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 국차장 겸 지식부장
日 `잃어버린 30년` 뜯어보니 자체 혁신능력 부재가 원인
中企벤처 혁신 문화 더 키워 한국 청년에 희망 안겨줘라
일본 국민 메신저인 라인과 일본 대표 검색엔진인 야후재팬이 지난해 말 통합을 선언했다. 두 회사의 모회사인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한 것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라인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라인의 긴장도 작용한 사건이다. 라인이 일본 시장에서 급성장하자 일본 사회의 견제가 들어왔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뒤집어보면 일본 재계가 자체 혁신 능력이 부족하자 외부 수혈을 통해 혁신에 나서는 미묘한 제휴였다.
일본 내 자체 혁신 능력의 부재는 닛산의 카를로스 곤 신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닛산은 이방인인 곤을 수혈해 그동안 산적한 개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닛산은 덕분에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으로 여겨졌던 곤은 부정부패 죄인으로 몰리면서 `야반도주`를 해야 했다. 일본 장기 불황 원인인 혁신 부재를 보여준 단면들이다.
일본 `잃어버린 10년`의 단초는 1985년 플라자합의였다. 거세게 미국을 추격하는 일본 기세를 꺾기 위한 미국의 견제구는 엔고였다. 그 결과 일본은 1989년부터 거품 붕괴를 맞고 잃어버린 10년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혁신의 부재는 일본 경제의 큰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20년을 맞아야 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 불황 여파로 일본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늘렸고, 일본 청년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껴야 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 여파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고 출산도 저조했다. 그 결과 초저출산 국가로 전락했고, 국가 경영도 실패했다는 게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가 그의 최근 저서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통해 내놓은 진단이다.
비정규직 확대를 통한 비용 절감은 자체 혁신 능력이 없을 경우 가장 손쉬운 경영 회생 방식이다. 일본은 그러다 개별 기업은 물론 경제 내에 혁신 능력조차 키우지 못한 나라가 돼 버렸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미래 소득은 물론 주거비와 교육비 걱정 때문에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도 미룬다. 합계출산율 0.9의 의미는 심각하다. 우리나라 인구 100명이 세대가 거듭될수록 줄어들어 120년 후엔 2명만 남을 것이란 뜻이다. 나이 든 사람은 많아지고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구조다. 그만큼 경제는 활력을 잃고 저출산과 저성장이란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한국은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기업이 아직 건재하다. 특히 벤처생태계가 혁신 발전소 기능을 하고 있다. 일본이 거품 붕괴로 10년을 헤맬 때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벤처생태계를 구축한 덕분이다. 1990년대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비롯한 벤처 1세대는 코스닥시장 육성, 벤처기업 특별법 제정, 스톡옵션제 도입 등 벤처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었다. 대학가 실험실 창업 캠페인도 벌이면서 공무원과 대기업만 취업의 길로 여겼던 한국의 청년들이 벤처기업 도전을 하나의 선택지로 삼는 기틀을 다졌다.
그 성과도 만만치 않다. 2018년 기준 3만여 벤처기업의 총매출액은 192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267조원)의 뒤를 이어 재계 2위 수준이다. 총고용 인원도 71만명을 웃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68만명 보다 많은 숫자다.
소재·부품·장비업체 중 상당수가 벤처기업이다. 이들의 혁신은 국내 대기업 혁신의 기반이 됐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도 벤처생태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형 벤처생태계는 일본과 달리 우리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자산이다. 온갖 에너지를 쏟아 더 키울 만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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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4.23 화 15:20 
재외선거, 의료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