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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내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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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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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몇 년 전부터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한국과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여정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초 북한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진 때부터입니다.

김여정은 현재 공식적으로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위상과 활동공간은 직위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 통치영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김정은을 보좌하며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초부터 이어진 남북한 위기 국면에서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었습니다. 독자적으로 자신 명의의 대남 대미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북한언론은 대남사업을 김여정이 총괄하고 있다고 공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김여정 명의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형체도 없이 무너뜨리겠다는 위협하는 내용의 담화를 내 놓은 지 불과 사흘 만에 실제로 폭파가 집행되어 남한정부와 국민들을 적지 않게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여정은 과연 북한 내에서 어떤 위상과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우리는 북한정치 체제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체제 형성 초기에 북한은 김일성과 박헌영을 중심으로 하면서 이른바 항일빨치산파, 국내파, 소련파, 연안파 등 국내외 여러 공산주의 세력이 연합한 정권의 형태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고 이른바 1956년 8월 종파사건 등 몇몇 정치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여타 정치세력들은 권력투쟁에서 패배해 제거당하고 김일성을 중심으로 항일빨치산세력만이 살아남아 권력을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1972년 이른바 사회주의헌법을 제정하여 김일성을 주석으로 추대하고 김일성을 중심으로 하는 수령유일지배체계를 수립합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을 자신들의 사상적 기반으로는 정립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이 주체사상 정립에 관여하고 당 선전선동부장으로 활약하면서 김일성의 후계자지위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북한에선 부자간에 권력세습이라는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다른 국가들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권력세습이 이루어집니다. 이후 김정일은 사회주의권 몰락과 자연재해가 겹쳐졌던 고난의 행군시기를 선군정치로 극복해 내면서 김일성 일가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형태와 사회체제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하게 됩니다.

북한은 스스로도 이미 자신들의 헌법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주체사상을 국가지도원리로 밝혀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 일가를 중심으로 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상체계와 국가형태를 갖게 된 것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지속적 봉쇄정책, 그리고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계속해야 했던 상황이 주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전쟁과 사회주의 건설시기 그리고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고도의 권력 집중화 과정을 겪게 된 것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선 김일성 가족과 직계 항일빨치산세력을 제외하곤 그 어떤 정치세력도 생존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정치문화, 사회주의적 일당독재와 지도자사상, 역사상 한번도 자유주의적인 정치문화를 가져보지 못한 북한지역주민들의 정치사회문화의 후진성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쳐서 지금 북한이라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국가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김일성 일가의 북한 통치를 이해하려 할 때 예전 남한 몇몇 재벌기업의 가족경영 체계와 비교한다면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 일가가 북한을 지배하는 것과 남한 재벌 총수일가가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와 문화가 매우 흡사합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와 남한 재벌 총수는 유일자로서 각각 국가와 기업을 지배하지만 혼자서 통치하진 않습니다. 가족이 함께 통치와 경영에 참여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지배시기에 먼저는 김일성과 부인 김성애, 그리고 동생 김영주가 그리고 나중에는 자녀인 김경희, 김정일이 함께 통치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김영주는 한 때는 김일성의 후계자로까지 떠오르기도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김정은에게 권한을 양보하고 은퇴하게 됩니다.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권력을 행사하다가 김일성 사후엔 김정일을 중심으로 동생 김경희와 매제 장성택 등 일가가 함께 통치에 참여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에선 수령일가가 함께 수령의 통치에 참여해온 전통이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김여정의 북한 국정참여와 대남사업주도는 이러한 북한통치역사를 배경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김여정이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통치기구 핵 중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기관입니다. 조직지도부의 책임 구성원들은 전통적으로 최고지도자가 가장 신임하는 일가와 권력직계 인물들이 맡아왔습니다. 조직지도부 부장은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그리고 후계자인 김정일도 맡아서 북한 국정전반을 장악했었습니다. 현재는 조직지도부 부장은 공석으로 김정은이 비공식적으로 겸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부부장은 김여정을 포함하는 측근 3인이 맡고 있습니다.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김여정이 북한 국정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근래에 남한 내 북한전문가들과 몇몇 언론 등에서 분석하는 것과 같이 섣부르게 김정은의 건강이상이나 궐위상황 등으로 확대 해석된다거나 혹은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김여정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는 식의 억측으로 종종 이어지곤 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통치체제는 수령유일지배체제이긴 하지만 수령 혼자만이 아닌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통치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 속에서 현재 김여정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또 하나 매우 유념해야 할 것은 북한은 아직도 유교전통적 정치문화가 온존되어 있고 집권층은 이러한 정치문화를 자신들의 통치에 적극 활용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유교전통적 정치문화 속에서 여성이 공식 후계자 지위 또는 국가 최고 지도자 지위로 오른다는 것은 북한 일반정서상 받아 들여지기가 매우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북한 교섭과 교류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옛 것을 거울삼아 오늘을 비춰본다면 남북관계 발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정부 혹은 진보정부에서건 대북정책에서 얻어온 소중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헛되이 하지 말고 현재의 북한상황 분석과 남북관계 개선 방향설정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예전 1970년대 박정희 정부시절 7.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 화해시기에 대남사업에서 북한 김영주가 맡았던 주도적인 역할을 현재 김여정이 맡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대남사업은 북한정권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영역입니다. 이 사업영역은 최고지도자의 직계가족이나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들이 맡아왔습니다.

따라서 김여정의 북한 통치 참여와 대남사업 주도를 북한체제 혹은 김정은에 대한 근거 없는 무슨 이상 징후 등과 관련지음 없이 북한권력 내 가족통치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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