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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이후 한일 관계, 우리가 주도권 쥘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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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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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승 / 일본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치학

아베 이후 日엔 관리형 내각
후임자 장기적으로 새 외교 모색할 듯
미중 갈등 국제구조에서
어떻게 자국 이익 극대화 할 지 관건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이후 일본에서는 차기 총리를 둘러싼 레이스가 뜨겁다. 대략 스가 관방장관, 기시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중 누가 총리가 돼도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과 관련, 이들 중 누구도 자민당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세운 바 없다. 사실 총리 교체 변수 하나로 한일 관계를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본 현대정치사를 돌아보면 아베 이후 일본과 한⋅일 관계를 점쳐볼 네 가지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관리형 내각 등장 가능성이 높다. 1980년 오히라 총리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스즈키 내각이 들어섰으나 뚜렷한 족적 없는 계투형 내각에 그쳤다. 2000년 오부치 총리가 재임 중 사망했을 때도 모리 요시로가 당 중진들 간 협의를 거쳐 총리로 추대되나 1년 만에 퇴임했다. 현직 총리의 건강 사유로 갑자기 들어서는 내각은 대개 관리형에 그친다.

둘째, 장기집권은 정책 전환의 압력을 만들어 낸다. 1964년 이후 8년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 총리 후임은 다나카 가쿠에이였다. 그는 사토의 친미 일변도 노선에 반기를 들고 총리가 되어 적성국이던 중국을 전격 방문,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1년 자민당 주류의 장기집권에 반기를 들고 집권한 고이즈미 총리 역시 전격 방북을 단행한 바 있다. 장기집권은 당내에 새로운 노선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 또한 집권 세력은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전임자와 구별되는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 한다.

셋째, 정책 전환에는 국제적 배경이 있다. 1970년대 다나카의 친중 노선 배경에는 베트남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미국의 탈아시아 정책이 있었다. 1982년 집권한 나카소네 총리는 군사력 강화 노선을 내세우는데, 소련과의 냉전에 집중하던 레이건의 외교 노선에 부응한 것이다. 고이즈미가 전격 방북 등 독자 노선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테러와의 전쟁이 있다. 고이즈미는 9·11 사태 이후 미국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그 이외 외교 분야에서는 독자성을 확보한 것이다.

넷째, 한⋅일 관계 역시 국제구조와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에 영향을 받았다. 1970년대 한일 관계는 김대중 납치사건과 육영수 암살사건으로 바닥을 찍었다. 한일 관계 악화 배경으로 아시아 동맹들을 경시한 미국의 정책을 무시할 수 없다. 1980년대 한⋅미⋅일 관계가 급속히 개선된 이유로 미국이 냉전 수행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김대중 정부 당시 한⋅일 관계에도 미국과 일본의 대전략이 작용했다. 그들은 한⋅미⋅일을 중국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동맹으로 묶으려 했고, 이는 햇볕정책을 위해 미⋅일의 지원이 필요했던 김대중 정부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과거 패턴을 종합해 본다면 단기적으로 아베 이후 관리형 내각 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대 최장기 집권한 아베 총리의 후임자들은 일정 기간 후 새로운 외교노선을 추구할 것이다. 일본이 신노선을 모색할 때 가장 중시할 변수는 국제구조, 즉 ‘미⋅중간 경쟁 속에서 이익 극대화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이다. 그들은 대(對)한국 외교도 이러한 틀 속에서 보려 할 것이다. 현재 일본의 대한국 외교는 어정쩡하다. 수출 규제를 한다면서 실제 수출은 거의 다 승인했다. 징용 문제도 일단 관망 자세다. 1시간이 넘는 아베 총리 퇴임 기자회견 때 한국 관련 질문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일본은 현재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을 안아야 할지, 중국 쪽으로 밀어야 할지, 고민 중인 것 같다. 상대가 우물쭈물하면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 미⋅중 대결 시대, 우리는 일본을 안을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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