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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신냉전을 피하는 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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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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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도덕적 리더십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사드 사태 때 한국에 보인 태도, 남중국해에서의 행보, 코로나 사태 이후 인구에 회자하는 ‘늑대(戰狼) 외교’ 등 돌이켜보면, 중국 외교는 왕도가 아닌 패도와 강권에 가까워 보인다.

   
 

“공산당 독재가 인민을 억압하는 나라” “패권 야욕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나라”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확산시킨 나라” “불공정 무역을 일삼으며 산업기술을 훔치고 미국에서 스파이 짓을 하는 나라” “홍콩 시민의 자유와 티베트·신장 소수민족의 권익을 억압하는 독재국가” “군사력 증강을 통해 세계평화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해로 안전을 위협하는 나라”.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월23일 닉슨기념관에서 행한 연설의 요지다.

8월24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폼페이오의 비판을 26개 항목으로 나눠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공산당은 인민을 위한 중국 특색 민주주의에 충실” “중국은 반패권주의를 외교정책의 기본규범으로 설정하고, 국제질서 성실 준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 공개했고 그 극복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 “불공정 무역에 대한 미국 요구 수용했고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로 미국과 경쟁. 산업스파이 행위 운운은 어불성설” “홍콩 보안법은 내정의 문제로 분리주의자와 외세와 결탁해 국기(國基)를 흔드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며, 위구르 정치범 수용소는 잠재적 테러분자들에 대한 정신 및 직업 훈련 장소”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열세이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해로 안전을 국제법에 의거해 완전 보장” 한마디로 요약하면 폼페이오의 발언이 모두 허위라는 주장이다.

<인민일보>는 자신의 반론이 객관적인 사실과 서구학자, 논객들의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과 혼선이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전 인류와 더불어 조화롭게 공생번영하는 화평발전과 인류 운명공동체, 미국에 할 말은 하면서 협력과 경쟁을 하겠다는 신형대국관계론, 주변국들과 친선, 성의, 호혜, 그리고 포용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친성혜용(親誠惠容) 정책,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 포괄, 공동, 지속가능한 안보를 모색하겠다는 신아시아 안보 구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베이징은 최근 화평발전과 달리 대국굴기를 추구하고, 인류 운명공동체를 표방하는 일대일로 구상은 신제국주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친성혜용이 무색하리만큼 주변국들과의 분쟁이 그치지 않는가 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기대를 모았던 신아시아 안보 구상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남은 것은 신형대국관계론뿐이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과 혼선이 주변국들의 신뢰를 해치고 있다.

둘째, 백악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손상되자 중국에서는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예컨대 옌쉐퉁 칭화대 교수는 법가 사상가 순자를 인용하며 세상에 세 가지 리더십이 있다고 말한다. 덕치로 사람과 천하를 얻는 왕도(王道), 정치력과 무력을 통해 천하의 일부를 얻는 패도(覇道), 강압으로 제후국 하나 정도를 강탈하는 강권(强權)이 그것이다. 옌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왕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개발원조와 최근의 코로나 방역 성공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사드 사태 때 한국에 보였던 태도, 남중국해에서의 행보, 코로나 사태 이후 인구에 회자하고 있는 ‘늑대(戰狼) 외교’ 행태 등을 돌이켜보면, 지금 중국의 외교는 왕도가 아니라 패도와 강권에 가까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예외주의 문제다. 미국도 예외주의를 표방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주의로 이를 정당화하고자 애써왔다. 반면 중국의 예외주의에는 설득력 있는 보편적 요소가 없다. 문명국가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 특색 민주주의라는 특수성만 강조된다. 중국이 보통국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국가가 되려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중국의 특수성을 전세계에 전파해 세계 표준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중국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절충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중국 모델에 의한 세계 지배라는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결국 가능한 것은 후자의 길밖에 없다. 중국 지도부의 유연성과 변용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신냉전을 피하고 존경받는 대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화평발전 노선에 충실하고, 왕도의 길을 행동으로 보이며, 중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을 슬기롭게 조화해나갈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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