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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서는 순진한 것도 죄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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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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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 베이징특파원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강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에 대해서만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 제도를 도입한 점, 삼성과 SK가 각각 중국 시안(西安)과 옌청(鹽城)에 전세기를 띄워 직원들을 태워 가도록 허락해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여러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도 했다.

1주일 전에는 “중국 정부가 마침내 베이징(北京) 직항 항공로를 열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세기가 첫 사례이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외국발 항공기의 베이징 직항 운항을 전면 금지시켰다. 그런데 그 베이징 하늘길을 현대차그룹의 전세기에만 허용해 준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상당한 선의(善意)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선의’는 없었다.

현대차그룹 전세기가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엔 캄보디아에서 온 직항 항공기가 착륙해 있었다. 더욱이 캄보디아에서 온 항공기는 전세기가 아닌 정기노선 항공기다. 한국에는 1회성 전세기만 허락해 준 반면 태국 캄보디아 파키스탄 그리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웨덴 캐나다 등 8개국에는 정기노선을 허용해 준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외교 관계 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이지만 8개국 중 캐나다가 포함된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중국과 캐나다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캐나다는 홍콩 국가보안법 비판에 가장 앞장선 나라 중 하나이고, ‘중국의 딸’이라 불리는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구금하고 있다. 최근 두 나라는 상대방 국민 2명씩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국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비단 정기 항공 노선 문제만이 아니다. 2018년 ‘사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중국에서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게임도 중국에 전혀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 때문이다. 이런 문제 해결 없이 “관계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중국이 한국 기업인들에게 ‘신속통로’를 열어주고 전세기를 허락해 준 것은 선의가 아닌 ‘득실(得失)’을 따진 것 같다.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에 빨리 입국해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중국 국민들의 일자리도 보장된다. 반면 정기 노선이 확대되면 유학생이나 일반 교민들이 대거 입국해 방역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것만 ‘선의’와 ‘배려’로 포장해 우리에게 준 것 같다.

중국을 최일선에서 상대하는 외교관들이 이런 중국을 더 철저히 분석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 한중 관계에 관한 한국 외교관들의 호의적인 말이 외교적 수사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혹여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착하고 순진해서는 안 된다. 무능한 지휘관이 적보다 더 위험한 것처럼 착하고 순진한 외교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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