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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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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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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 정치부 기자

   
 

모처럼 영화를 보러 갔다. 도쿄의 지인이 “일본에서도 개봉하면 보고 싶다”던 영화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제목부터 강렬했다. ‘반일’에 ‘무장’이라니.

1974년 8월부터 1975년 5월까지 일본 기업 본사와 공장 등이 폭발한 사건이 9차례 발생했다.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가 첫 목표물이었다. 8명 사망, 376명 부상. 3주 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성명서가 나왔다.

“미쓰비시는 식민주의시대부터 현재까지 일본 제국주의 중추로 기능했으며 사업이라는 가면 아래 시체를 뜯어먹는 기업이다. 이번 작전은 미쓰비시로 대표되는 일제 침략기업, 식민자들에 대한 공격이다.”

전후 30년이 지난 시점에 일본인이 식민지배 책임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폭발 사건은 계속됐다. 미쓰이물산, 다이세이건설, 하자마구미…. 식민지 시절 조선과 중국 등의 노동자들을 강제동원해 가혹한 노동을 시켰던 ‘전범기업’이었다.

영화는 이들 무장전선의 행적을 좇는다. 부대원들은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대학 중퇴자 등으로, 1960년대 전공투(全共鬪) 세대였다. 세 명은 지명수배 중이고 두 명이 복역 중, 두 명은 출소했다. 한 명은 체포 때 자살했고, 또 한 명은 2017년 옥중 사망했다.

영화에서 우선 마주하는 건 불편함이다. 목적이 무엇이든 무장전선은 많은 사상자를 낸 폭력을 수단으로 택했다. 이들을 영웅화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무장전선을 소환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침략전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일본의 무반성·무책임을 추궁했다. 영화는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음을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배를 겪었던 우리도 무관할 수 없다. 미쓰비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일본 정부는 ‘보복 조치’ 운운하고 있다. 식민지배 책임 문제는 한·일 갈등 쟁점이다.

영화가 일본 아닌 한국에서 제작된 게 지금 상황을 방증한다. 사건 반세기가 지난 일본 사회는 너무 멀리 왔다. 1990년대부터 우경화·반동화가 시작됐다. 이때 우파의 젊은 의원으로 두각을 나타낸 게 아베 신조다. 역대 최장수를 기록한 아베 집권기에 우경화는 가속화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국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학계적·국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선 “러일전쟁으로 아시아·아프리카 국민들이 용기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 아베 총리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물러나고 후임 총리가 곧 결정된다. 일본 리더십 교체를 한·일 갈등의 해결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아베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고 있다. 장기집권의 실정과 폐해에 대한 책임도, 반성도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다. 식민지배·침략전쟁 문제도 마찬가지일까. 가해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사죄 피로’ 같은 언설이 만연한 일본에서 역사를 마주하고 화해로 나가자는 목소리는 메아리를 얻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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