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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병자호란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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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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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적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을 끌어당기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가상 적으로 삼자고 촉구하고 있고, 중국은 한·미동맹을 파기하라고는 않지만 대중 적대 행위는 감당하기 어려운 보복을 초래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 10위 정도의 중견국이 됐지만, 자칫 잘못 판단하면 국운이 기울 수도 있는 외교적 위기 상황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찾아본다.

역사적 사건은 현 상황과 정확히 같을 수 없고 결과도 반복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합리적 국가 전략과 정책 수립에 큰 참고가 된다. 현 미·중 패권 대결은 명-청(후금의 후예) 교체기와 유사하다. 후금이 명 장수 모문룡 군의 조선 주둔에 계속 항의한 것은 중국이 주한미군을 꺼리는 것과 비슷하다. 조선 조정 내 당쟁은 현 여야 대립을 연상시킨다. 남북 분단은 현 상황이 더 열악함을 보여준다.

먼저 광해군은 패륜을 저질렀지만 국방을 강화하면서 실리와 명분의 균형을 추구하는 등거리 중립외교로 평화를 지켰다. 명의 파병 요구에 따라 조선군을 보냈지만, 사령관 강홍립에게 밀명을 주었다. 강홍립은 밀명에 따라 후금에 항복해 마찰을 피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명의 지원 요청을 피하면서 후금과 친선을 유지했다.

반면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집권 정당화를 위해 임진왜란 때 도와준 명에 대한 사대와 의리를 소홀히 한 광해를 패륜으로 몰고 친명배금 노선을 채택했다. 당시 모문룡 군은 후금의 공격을 막아주겠다면서 평북 철산 가도에 주둔하고 있었다. 인조는 모문룡이 명의 위세를 빌려 약탈을 자행하는데도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지원을 제공했다. 이에 후금은 명이 주적이었지만 정묘년(1627) 조선부터 침략했다. 모문룡은 가도에서 구경만 했다. 이후에도 인조는 명과의 명분·의리에 얽매여 청을 배격해 병자호란을 자초했고 막대한 인명 손실과 국토 유린, 삼배구고두례라는 주권적 치욕을 겪었다. 조선은 청에 복속됐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물론이고 미사일로부터도 수도권을 지키는데 별 구실을 못하는 사드를 배치해 수년간 중국의 각종 제재를 받아왔지만, 정작 미국이 구경만 한 것은 정묘호란 때의 모문룡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제2의 병자호란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조가 명을 선택했듯 우리도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을 선택하는 게 얼핏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설사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도 미국 택일은 최선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을 적대시해 초래되는 막대한 손실을 미국이 메워주기 어려울 것이다. 또 중국이 과거 패권국들이 주창했던 자유무역을 옹호하는데 미국은 보호무역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극복을 선언했는데, 미국에선 매일 4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다시 성장을 기약하는데 미국 경제는 후퇴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이 다자주의적 국제 협력과 상호안보 기조의 협상으로 북핵 해결을 주창하는데, 미국은 국제 협력을 경시하고 북한의 양보를 압박하는 일방주의적 해법을 취하며 우리에게 턱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광해의 실리적 중립외교를 취하는 것이 더 지혜로워 보인다.

결국 미·중은 명·청 중 누구에 비유될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21세기 시대정신은 ‘지구촌 한마을’을 지향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전방위 국제 협력’을 외교 기조로 삼아 한·미동맹도 대북 방위를 넘어 제3국을 포위·견제하는 목적으로 변질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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