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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하나의 중국’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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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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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 베이징 특파원

   
 

지난 8월 중국 내몽골자치구에서 몽골족 학생과 학부모 수만 명이 자치구 당국의 중국어 교육 강화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몽골어로 가르쳐온 언어와 문학, 도덕과 정치, 역사 3개 과목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중국어로만 수업하겠다는 방침에 대거 반기를 든 것이다. 경찰들이 학교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부모들을 진압하자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나와 동참했다.

그들은 “몽골어는 우리의 모국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몽골인”이라고 외쳤다. 경찰은 수백 명을 체포했고, 수천 건의 체포영장을 발부해 시위자들 검거에 나섰다. 홍콩 매체인 ‘홍콩프리프레스’는 “최근 몽골어로 된 책들이 서점에서 사라졌고, 몽골인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은 강제 폐쇄됐다”고 전했다. 내몽골자치구에서 몽골족은 전체 인구 2500여만 명의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몽골족은 중국 내 유일한 유목민족으로 고유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웃한 독립국 몽골이 몽골 문자를 러시아어에 쓰이는 ‘키릴 문자’로 바꿨지만, 내몽골자치구는 여전히 전통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항의 성명에 “나라가 없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잊으면 자유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고 적었다. 몽골족 저항의 근저에는 한족의 대거 이주 정책과 무분별한 광산 개발 및 환경 파괴, 한족 자본의 개발이익 독점과 빈부 격차 확대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내재돼 있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근간으로 한 한족 단일민족화, 이른바 한화(漢化) 정책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은 크게 4개의 층위를 갖고 있다. 1억 명을 차지하는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내몽골·광시좡족(廣西壯族)·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등 대부분 소수민족은 잠재적 갈등 가능성은 있지만 대체로 체제 내화(pacified)됐다. 두 번째 층위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 망명정부를 구성한 티베트자치구와 분리독립 운동과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 저항하는 소수민족이다. 세 번째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되는 반(半)자치 지역인 홍콩과 마카오, 마지막으로 사실상 독립국이나 마찬가지인 대만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 티베트와 신장은 순치시켜야 하고, 홍콩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라도 ‘일국’을 밀어붙여 분리를 막아야 한다. 일국양제 통일 방식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자유민주를 핵심 가치로 하나의 중국에 강력히 저항하는 대만은 가장 큰 핵심 이익이다.

특히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권이 올 초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밀착하면서 최근 양안(중국·대만)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일 “중국의 군사행동은 대만과 주변국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실체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했다. ‘중화민족은 한 가정’이라는 모토를 내세운 시 주석은 이에 “14억 명의 중국이 단결하면 산과 바다를 덮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최근 몽골족의 저항과 홍콩과 대만에서의 반중국 정서 확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강압적 민족통합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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