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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수교 30년, 양국 관계 초석이 된 문화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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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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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 서울사이버대 이사장·한러문화예술협회 회장

내년 한국서 ‘러시아 시즌’ 열려
양국 문화예술에 깊이 심취했으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서 문화예술은 수교하기 훨씬 전부터 두 나라를 이어준 끈이다. 또 양국의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푼 열쇠였다.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러시아 문화예술은 이제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해외 문화예술 공연·전시는 러시아를 먼저 떠올릴 정도다. 동토(凍土)였던 모스크바에는 K팝, K뷰티와 함께 영화·드라마 등 K컬처도 뜨겁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방탄소년단(BTS)의 ‘페이크 러브(Fake Love)’ 등은 준결승 스타디움 배경 음악으로 선정됐다.

2013년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푸시킨 동상, 2017년 신일학원 교정의 차이콥스키 동상, 2018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 건립된 박경리 선생 동상은, 문화가 표방하는 평화·우정·신뢰·공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산 자동차·가전·휴대폰 등 디지털 한류, 생활 한류도 뜨겁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러시아 판매 대수는 9만3446대로 러시아의 라다(7만9600대, 20.0%)를 제쳤다. 한류가 가전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친근감으로 선순환되고 있다.

한·러 문화 역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국내 소개되는 러시아 문화는 차이콥스키·볼쇼이 발레 등 고급 예술에, 러시아 내 한국 문화는 대중문화에 쏠려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남녀 성악 1위, 피아노 2·3위, 바이올린 부문 3위 등 한국의 음악 영재 5명이 한꺼번에 입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예술의 본고장으로 역류하는 K클래식의 저력이다. 피아노 부문 2·3위를 한 손열음·조성진은 마에스트로 대열에 다가가고 있다. 2019년 한러문화예술협회가 러시아 영차이콥스키재단과 손잡고 개최한 국제 온라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는 클래식 한국의 글로벌화의 일환이다.

한·러 수교 30년을 맞아 한 세대를 결산하는 다양한 공연이 무더기 취소됨으로써 문화예술 교류가 잠시 정체를 맞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피아노 여제’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공연,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놓치기 어려운 공연들이다. 우리 피아니스트로는 최초로 모스크바 라흐마니노프홀에 올라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할 계획이었던 나정혜 교수의 공연도 희생자다.

한러문화예술협회와 러시아 공공외교지원재단이 공동으로 8일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한러 문화예술교류 30년, 그리고 미래 과제’ 주제의 온라인 화상 국제회의는 코로나에도 한·러 문화예술의 본질과 생명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두 나라 문화예술계의 열망을 담아낸 것이다.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문화 장관을 역임한 미하일 슈빗트코이 대통령 국제문화협력 특보를 정점으로 양국 전문가들이 상시 소통·협력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류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큰 성과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준공영 기관인 공공외교지원재단과 손을 잡음으로써 한러문화예술협회가 공공문화외교의 1.5트랙 기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년 한국에서는 ‘러시아 시즌(Russian Seasons)’이 예정돼 있다. 음악·연극·발레 등 러시아 문화예술을 1년 내내 선보이는 큰 이벤트다. 일본·이탈리아·독일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러시아 시즌의 대상 지역은 한반도 전체이다. 한반도에서 펼쳐질 문화예술의 순기능을 기대해본다. 11월에는 제10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문화포럼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다.

톨스토이는 『예술론』에서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감염성’에서 찾았다. 한·러 두 나라와 국민이 서로의 문화예술에 더 깊이 감염돼 인류애 속에 공존하며 문화적 삶을 영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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