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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정치 위기, 韓의 안보 위기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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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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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 측 대선 불복 연일 예고
민주당도 대법관 증원 가능성
현실화 땐 美 내전 일어날 수도
동맹국 韓 ‘美 없는 안보’ 우려

   
 

미국의 11·3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미국의 총체적 정치시스템 붕괴 위기가 커지고 있다. 한때 대통령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미국의 정치시스템은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은 대선 직후 현실로 나타날 국정 마비 사태의 신호탄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대선 결과를 수용할지 캐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해도 정권을 이양하지 않는 사태를 예고한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대법원의 대법관 수를 늘리는 ‘패킹’(packing)을 할지에 대해 답을 피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기고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 사법부 장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두 시나리오 중 어느 쪽이 현실이 되든 미국은 제2의 남북전쟁 사태를 맞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두 자릿수로 밀리고 있는 트럼프는 연일 대선 불복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우편투표를 걸고넘어졌다. 선거일을 4주가량 남겨 놓은 시점에 이미 600만명이 우편투표를 했고, 선거일까지 수천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선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승복 여부를 떠나 대선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며칠 또는 몇주일이나 몇개월이 걸릴 수 있다. 미국의 50개주 중 절반가량이 선거일인 11월 3일 이전에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 용지는 선거일 이후에 도착해도 유효표로 인정한다. 또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주에서는 선거일 이전에 도착한 우편투표 봉투를 선거 당일까지 개봉할 수 없다.

미국의 대선은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고, 선거인단은 12월 14일까지 선정돼야 한다. 각 주 의회 등의 개입으로 이때까지 선거인단이 결정되지 않으면 미 의회 또는 법원이 대선 승자를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네 번 전례가 있다.

민주당이 암중모색하는 대법관 증원도 대선 불복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이슈이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메릭 갈랜드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었다. 그러나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8개월간 인준안을 묵혔고, 트럼프 대통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바람에 민주당은 쓴잔을 마셨다. 이번에는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사망으로 대법관 자리에 공석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눈 딱 감고 올해 48세의 보수파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3명의 종신제 대법관을 지명하면서 모두 40∼50대를 선택함으로써 이들이 30∼40년 동안 대법원을 지킬 수 있도록 정치적 유산을 남겼다. 이제 배럿 지명자가 인준을 받으면 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의 구도로 정착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런 대법원 구도를 깨려고 현재 9명인 대법관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진보파를 4명 임명해 보수 6, 진보 7의 구도로 만들려 한다. 미국 헌법에 대법관은 종신제로 규정돼 있지만, 대법관의 숫자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다. 역사적으로 대법관 수는 6→5→6→7→9→10→9명으로 바뀌어 왔다. 미 의회 의결로 대법관 숫자는 조정 가능하다. 다만 최근 150년 동안 9인 체제가 굳어져 있었을 뿐이다. 바이든이 집권한 이후 ‘대법원 패킹’을 시도하면 미국에서 내전이 날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의 헌정 위기와 내전은 국제사회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특히 한국과 같은 동맹국은 ‘미국 없는 안보’ 전략을 짜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정치 위기는 한국의 안보 위기다. 한국에 코로나19와 미국 부재의 트윈데믹이 닥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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