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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기대에 찬물 끼얹은 北 열병식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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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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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 교수

ICBM등 신형무기 내세워
보란 듯 한밤중 퍼레이드
`核빠진 체제보장` 시나리오
남측의 희망사고에 불과

   
 

지난 토요일 북한은 전례 없는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새벽에 열병식을 개최한 의도는 확실히 알 수 없는데, 김정은의 연설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보였다.

하지만 열병식에서 또 다른 기본 메시지가 있었다. 무엇일까? 뉴욕을 날려버릴 수 있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신 무기가 새벽의 김일성광장을 장식했다. 신형 전략무기들의 행진은 `북한 비핵화 희망`의 장례 행렬과 다를 바 없었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은 남북한이 타협을 이루고, 북한에 막대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면서 체제 보장까지 약속한다면 북한 결정권자들이 비핵화를 결단할 뿐만 아니라 남북 평화 공동체까지 가능할 줄 알고 있다. 한편으로 북한이 외부 압박을 받지 않게 된다면 `개방`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비핵화와 개방 둘 다 환상뿐이다.

분단 국가인 북한에서 쇄국 정치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개방을 한다면 인민들은 자신들이 이웃 나라들, 특히 남한보다 얼마나 열악하게 사는지 알게 될 것이고, 거의 확실히 반체제 봉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도 군부와 경찰, 보안기관이 정권을 지지한다면 정권은 민중 봉기를 쉽게 진압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 결정권자들은 외부 간섭을 가로막을 방법이 있을 때만 강경 진압이 가능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김일성광장에서 피가 흐를 때 북한 당국자들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 카다피는 핵 개발 포기와 경제 지원을 교환했는데,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으로 실각했다. 하지만 카다피가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NATO 국가들은 감히 리비아에 개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리비아에서 권력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카다피 정권의 고관 출신들인데, 사실 대부분 나라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권력을 장악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독재시대 간부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분단국가에서 체제 위기는 독일식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씨 일가뿐만 아니라 북한 엘리트층 수십만 명도 권력을 상실할 것이다.

어떤 남한 전문가들은 북한 측에 체제 보장을 약속한다면 그들의 우려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은 북한 간부들의 판단력과 분석력을 매우 심하게 과소평가한 것이다. 북한 엘리트층에게 체제 보장은 아무 의미가 없는 헛소리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매우 냉철한 판단이다.

첫째, 남한 정부가 통일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남한을 `통일 대상`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남한과 통일하면 하루아침에 잘살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정상이 `통일 포기`에 합의한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둘째, 체제 보장 약속은 A4 몇 장에 불과하다. 체제 보장 조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비핵 북한`에서 위기가 생긴다면, 예를 들어 `평양판 천안문 사태`가 생긴다면 서울과 외국은 거의 확실히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핵 보유 북한`에서 민중 봉기와 참혹한 진압이 벌어진다면 남한과 주변국 모두는 그저 김정은의 만행을 규탄하는 성명서 발표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자신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남한이나 외국과의 듣기 좋은 회담·합의·성명서가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체제 보장 수단은 주변국들을 이용하는 교묘한 외교, 주민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핵·ICBM과 같은 전략무기뿐이다. 며칠 전 김일성광장을 행진한 신형 ICBM 모습은 이 사실을 다시 한번 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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