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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사라’와 82년생 김지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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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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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 도쿄특파원

지난 여름, 일본의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포테사라(ポテサラ)’ 논쟁이 있었다. ‘포테사라’는 포테이토(감자) 샐러드를 줄인 말인데, 우리로 치면 멸치볶음만큼 흔한 일본 밥상의 반찬이다.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온 엄마가 반찬 코너에서 ‘포테사라’를 집으려고 하자, 한 나이 든 남성이 툭 내뱉은 말은 이랬다.

“엄마라면 ‘포테사라’ 정도는 직접 만들지 그래?”

팔려고 내놓은 반찬을 사는 게 무슨 죄라도 되듯 남성은 쏘아붙였다고 한다. 이 장면을 고발(?)한 트위터는 13만번 이상 리트윗이 되며 “포테사라를 만드는 게 엄마의 의무냐”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남성은 무심코 던진 말일지 모르지만 이 한마디엔 엄마에 대한 암묵적 강요가 켜켜이 담겨있다.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그 정도는’에서 엿보이는(포테사라는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다) 집안일을 가볍게 보는 태도, 나이 많은 남성은 낯모르는 젊은 여성한테 잔소리를 해도 된다는 무례함까지.

일본에선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보다 뿌리 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유치원이나 학교 역시 엄마가 전업주부라는 걸 ‘상수’로 하는 일들이 많다. 젖은 비옷을 유치원에 두지 않고 엄마가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든지(하원길에 다시 들고 와야 함), 각종 준비물은 유치원이 정해준 사이즈에 맞춰 손수 만들어 준비해야 하는 등 엄마의 역할을 크게 요구한다.

최근엔 “아이가 남긴 밥을 먹지 않기로 했다”는 한 엄마의 트윗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엄마라면’ 사랑으로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먹었는데,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나의 엄마도 내가 남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 죄책감 때문에 억지로 먹어왔던 게 더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놓았다.

2년 전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어로 번역돼 나왔을 때 많은 일본 여성들이 호응했다. 한국 독자들이 ‘분노’를 표현했던 반면, 일본 독자들은 ‘공감’의 눈물로 반응했다. 지금까지 차별인 줄 몰랐던 것들에 대해 비로소 깨닫게 됐다는 반응들이었다. 출판사인 치쿠마쇼보에 따르면 ‘소설 김지영’은 최근 22쇄를 찍으며 21만부 넘게 팔리고 있다. 한국소설로는 최대 기록이다.

지난주부턴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극장상영을 시작했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입장 제한을 풀기 시작하면서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책에 이어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대박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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