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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승준을 용서할 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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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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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엽 / 작사가, JNH뮤직 대표

   
▲ 2003년 6월 약혼녀 부친상 조문을 위해 입국 금지조치가 일시 해제된 유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는 모습. [ ⓒ 한국일보 ]

군대가 청년을 남자답게 만든다는 세간의 믿음은 미신이다. 군대는 남자에게서 인간을 빼앗고, 영혼을 앙상하게 만든다. 상명하복의 삭막한 시스템만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할 군인은 그 시스템의 나사못이다.

군대는 남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아의 굴절을 겪는 곳이다. 상급자의 지시와 명령은 공사(公私)가 불분명하고, 복종은 자발적 동의가 없는 굴종일 때가 많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이 거친 시간을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 나와야 한다. 그러니 피할 수만 있다면, 누군들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신분, 학력, 빈부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겪는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래서 이 공평에 균열을 내는 병역 스캔들은 늘 거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싸이는 두번씩이나 군대를 다녀와야 했으며, 병역 기피 혐의를 받았던 엠씨몽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회의 냉랭한 시선 아래 있다.

가수 유승준 역시 우리 사회를 한바탕 들끓게 했던 병역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며 병역을 기피했다. 불법이나 부정은 없었으나, 그의 거짓말이 문제였다. 당시 인기 정상이던 유승준은 방송 인터뷰나, 팬들 앞에서 군대에 자랑스럽게 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입영 날짜가 확정되자 입영을 연기한 후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겠다”며 출국했다가 태도가 돌변했다. 믿고 출국 허가를 해준 병무청마저 속였다. 농간에 가까운 이 일련의 거짓말이 국민적 분노를 샀다.

   
▲ 이주엽 작사가, JNH뮤직 대표

그 대가가 어땠는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18년째 한국 입국 금지 상태다.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가수로서 주 활동 무대였던 곳이 금단의 땅이 돼 버렸다. 모국을 다시 밟고 싶은 그의 간절함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금기를 건드린 대가치고는 매우 크다.

청년이던 유승준은 이제 40대 중반의 중년이 됐다. 18년의 세월은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될, 한 세대가 흘러갔을 긴 시간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회적 처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영원한 처벌은 없다. 누구든 실수를 하지만, 그 것을 회복 불능의 것으로 만들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가 2002년 병역을 기피한 게, 자신의 항변대로 가족의 권유 때문인지, 아니면 지극히 이기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추측건대 그의 내심은 다중적이었을 것이다.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과 현실적 타산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판단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18년 전 유승준을 비난했으며, 여전히 그에 대한 반감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이토록 오랫동안 입국 금지시킨 정부의 처사는 지나치게 각박하다. 더군다나 그의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외교부는 재량권 행사라는 옹색한 핑계로 판결을 피해가고 있다.

이러고도 우리 사회가 법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의 옹졸함과 협량만 도드라져 안타깝다. 유승준의 반성에 진심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기에도 시간이 너무 흘렀다. 괘씸한 마음을 18년이나 품고, 우리 사회가 그를 배제했으면 그 것으로 충분하다. 처벌의 시간을 끝내고 이제는 그를 용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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