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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조창생
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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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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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천/ 매사추세츠 서부 한인회장

   
 

질곡의 역사 속에는 늘 민초들의 애환이 도도하고, 장엄하게 녹아 흐른다.
민초(民草)란 풀뿌리 나물죽으로 이어온 목숨이란 뜻이다.
해마다 도지(賭地) 값을 치르느라 허리에 굳은살이 박히고, 산천의 자갈밭 돌멩이는 민초의 노동을 거처야 옥토로 바뀐다.
백성이 의지한 것은 위정자나 임금이 아니라 하늘이고 땅이었다.
가렴주구(苛斂誅求)나 모멸(侮蔑)로 백성을 업신여긴 것이 당시의 권력자들이었으니
프랑스 속담에는 세 명만 모이면 혁명을 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혁명은 백성들이 살기 위한 일상의 몸부림이였다.

백성(민중/인민/창생/국민) 게릴라, 파르티잔, 공비, 빨갱이... 어떤 멸칭(蔑稱)이어도 좋다.
길거리에 밟히던 풀이나 사금파리 같은 그들을 괴롭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작금의 고관 대작들ㅡ
모름지기 그들의 조부까지만 거슬러 올라도 너나없이 고달픈 삶이었다.
백성이 가난한 나라는 사대부라 하여도 상대적인 것 외에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역사란 아픈 것이어서 고관이나 위정자는 민중(인민)을 능멸했다.
이는 헐벗고 가난한 국가(왕정) 일수록 더 혹독해서 목구멍을 포도청이라 일렀다.
역사의 오류나 기득권자는 질기디 질긴 것이어서 이빨로는 잘 씹히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사농공상(士農工商)처럼 어느 나라든 혁명의 배경은 밥(빵)과 신분(계급)이 문제였다.

혁명은 아프고 억눌린 자들의 슬픈 요구였지만, 그 시대의 관료나 극우(기득권자)들은 그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무자비한 탄압을 일삼았다.
오늘날 수구의 우파들이 업신여기듯 하는 말이 '빨갱이'나 '좌파'이다.
혹독한 노동으로 배가 고파 빵을 달라는 인민의 요구를 붉은 피로 물들인 붉은 일요일ㅡ 혁명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혁명은 총 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으로 지치고 배고픈 자들이 모여 길에서 외치는 것이었다.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볼가강의 뱃노래(Song Of The Volga Boatmen)가 고달프게 높을 때 한반도의 산하에는 동지는 간데없다는 아리랑이 서럽게 울었다.
녹두꽃이 지고 이념이 뭔지도 모른 채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빨갱이나 좌파로 몰려 죽었다.
이렇듯 혁명이란 배고프고 내세울 것 없는 하찮은 존재인 민초들이 총탄과 몽둥이에 쓰러져 처참하게 죽어가며 살기 위해 남긴 몸부림이 혁명이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배를 끌어 올리는 고단한 노동자들과 시민 혁명가들이 하나 둘 모여 입에서 입으로 불렀던 노래가 지금도 그 나라의 국가로 불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도 한반도 전역에서 벌어졌던 처참한 광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4.3이 그랬고 여순학살, 보도연맹, 거창, 5.18... 이 그랬다.
싹둑 잘린 한반도의 반 토막에서 벌어진 학살은 굶주린 피의 역사였다.
처절한 민중의 한과 분노의 역사가 척박한 한반도의 산하 곳곳에 묻혀있다.

우화가 되어버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에서 연탄재를 생각해 보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혁명은 넉넉한 자들이 자기 몫을 더 가지려 밥솥을 갈아 치운 것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저항하다 멸시당하고 무시당해 쓰러진 동지의 피를 닦은 옷이 붉은 깃발(Red Flag/赤旗/紅旗) 이며, 그 깃발을 세우고 불의에 저항했던 이가 '빨갱이'며 '좌파'였다.
여기서 만들어진 적기(색이 붉은 깃발)는 쓰러져간 동지들의 피를 닦은 옷을 막대기(몽둥이) 묶어 흔들던 것이다.
이를 적의 깃발로 착각한 돌대가리 극우들이 편을 갈라놓았다.
이처럼 빨갱이(붉은 깃발)는 누구의 편이 아니다.
함께하던 동지들이 흘린 피를 닦은 피묻은 옷(천)이다.
이 깃발이 민중(인민)을 상징하는 공산주의 깃발이 되면서 나라 안팎의 전쟁이 터졌고 세계 일 이차 대전은 이를 냉전이라 부르며 서로를 저주의 대상으로 변절해 버렸다.

춥고 배고프고 서러운 이 땅의 모든 억조창생은 모두 빨갱이였다.
지난 세기 우리가 배운 것은 공산당은 머리에 뿔 난 악마였다.
반대로 공산당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가르쳤을까?
양측 모두가 혹세무민한 시대였으니 우리 민족이 아직도 허리가 아픈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냉전이 사라진 지금 '빨갱이'니, '좌파'라는 무지몽매한 자들이 있다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오늘의 지구촌에서 각국의 고관대작들과 대통령이 자국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는 경제가 넉넉하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빈부의 분배나 노력의 대가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천민 자본이 판치면 나라는 고통에 신음한다.
그물에 걸려 바둥거리는 물고기나 거북을 보라.

국민은 지배 계급의 수탈(收奪) 대상이 아니다.

늦 가을ㅡ
계절마저 화려했던 겉포장을 걷어내고 앙상한 뼈대로 세찬 눈보라와 한기를 맞서야 하는 지금 코로나 19에 처한 각국의 어려운 현실이 힘겹고 절박하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법과 제도에서 균등하고 공정하게 대접받아 소외되지 않을 때 그 나라는 누구의 나라가 아니라 더불어 어우러진 한민족이 된다.
억세고 강인하게 살아온 민초들의 여망을 저버리지 않기를 내 조국 대한민국에 바란다.

끝으로 미국의 가난했던 떠돌이 노동자 에릭 호퍼(Eric Hoffer)의 말 "절대적 신념은 절대권력 만큼이나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은 '절대'가 아니다.
녹봉 받는 이들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당신들의 상관임을 항시 잊지 마시라.
당부 드린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했다. 혁명은 크든 작든 문제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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