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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의 코로나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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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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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 /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방문학자

2차 대유행 전국 봉쇄해도 의연해
코로나에도 민주주의의 근간 유지

   
 

가을에 몰아닥친 해일 같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으로 프랑스가 큰 충격에 빠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확진자가 하루 수만 명씩 늘어나자 대도시에 통행금지를 시행했고 결국 지난 주말 전국을 봉쇄하는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방역 정책의 실패에도 시민들은 대체로 재차 봉쇄 정책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위기에도 프랑스인들이 이처럼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의연한 대응의 주춧돌은 위기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전염병이 위협하지만 그렇다고 민주 사회의 근간마저 뒤흔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한번 시민을 세밀하게 감시하기 시작하면 코로나 위기가 끝난 뒤에도 국가의 통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뿌리 깊다. 개개인의 자유나 사생활을 침범하는 방역 조치가 프랑스에서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자유에 관한 사회적 합의 못지않게 최소한의 평소 삶을 유지해 보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 대도시를 전면 봉쇄하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예외조항들이 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삶을 배우도록 학교는 모두 정상 운영한다.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노인 계층도 소외·고립되지 않도록 가족의 양로원 방문을 허용한다. 그리고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는 필요하다며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쯤 되면 프랑스 정부와 시민이 공유하는 전략이 명백해진다. 코로나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질병이라도 코로나 방역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는 없다. 전국 봉쇄의 목표도 코로나 박멸이 아니라 병원 체계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심각성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연말 축제인 크리스마스는 살려보겠다는 야무진 포부다. 따라서 프랑스는 당분간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일 듯하다.

테러 위기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법도 코로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야만적 공격을 두 번이나 집중적으로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던 교사가 참수당했고 평화로운 니스 성당에서 세 명의 신도가 도륙됐다.

2010년대 들어 이슬람 테러가 반복되지만, 프랑스 사회의 반응은 일관된 모습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를 고수할 것이며, 난민 수용이라는 민주 국가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어느 사회나 위기가 발생하면 특정 집단을 희생양 삼아 돌을 던지며 과도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테러의 충격에 술렁대는 프랑스도 물론 완전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무자비한 테러에 무분별한 증오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의 전반적 반응은 놀라울 만큼 침착하고 이성적이다.

2020년 가을 코로나와 테러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프랑스 사회는 비록 초췌한 모습이지만, 이 나라의 오랜 저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바이러스가 죽음을 몰고 오더라도 테러가 협박을 가하더라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우리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듯하다. 혹자는 공화국의 가치를 말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삶의 철학을 꼽을 수도 있다. 나는 프랑스 문화 유전자에 새겨진 저항 정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처럼 코로나와 테러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위기의 순간에도 프랑스 사회가 보여주는 초연함은 확실히 특별하다. 물론 망치든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못으로 보이듯 방역에 목매는 사람은 세계가 코로나 통계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감염자 숫자라는 나무만 보고 공동체의 장기적 역량이라는 숲을 놓친다면 커다란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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