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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사망 선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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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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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론조사는 망했다. 미국 대선 개표 방송 중 나온 말이다. 만약 여론조사가 정확했다면, 플로리다주 등 주요 격전지에서 바이든 후보의 득표수가 앞서야 했다. 막상 개표를 하니 격전지마다 초접전이었다.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자, 한 공화당 전략가가 선언하듯 말했다. “주류 언론보도와 여론조사와 달리 유권자는 우리 예상대로 나왔다.”

이번 미국 대선은 의심과 불신의 대결이라고 부를 만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결과를 낙관할 이유가 차고 넘쳤다. 누가 봐도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으며,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4년 전 범했던 낙관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심초사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였는데, 그것은 주류 언론과 주요 여론조사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더욱 기괴해 보였다.

반전에 반전을 보였던 미국 대선은 이제 끝나고 있다. 그러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선거 여론조사의 운명이다. 각종 여론조사들은 위스콘신·플로리다·아이오와·오하이오 등 격전지에서 오차범위를 넘어서 트럼프의 득표율을 과소평가했다. 이는 2016년 대선과 같은 방향으로 기운 편향이기에 놀라운 결과다. 정녕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난 4년 전 실패로부터 배운 바가 없단 말인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예측조사가 선전한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 백인 저학력 유권자들을 포함한 이른바 조사 거절자들, 즉 조사를 권유하는 전화에 응답하지 않아서 표본 구성에서 빠지는 사람들의 응답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 또한 선거 직전까지 표심을 밝히지 않아서 분석에서 제외되는 계층의 표심을 추정하기 위한 방법론도 개선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들마저 이번 선거에서는 소용없는 것처럼 보인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겔만 교수는 이번에도 결국 정당 간 차별적인 응답률과 투표율 때문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석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여론조사에서는 소극적으로 응답했지만, 투표장에는 적극적으로 등장했는데, 이 사실을 반영하지 못해서 발생한 편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좀처럼 틀릴 수 없는 해석인데, 그래서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우리가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이렇게 많은 조사결과를 가지고도 정당 간 차별적인 응답률과 투표율을 미리 확인하지 못하는 바로 그 이유이기 때문이다.

겔만 교수는 여론조사를 너무 많이 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잘못된 방법을 적용한 조사를 하면 할수록 편향이 쌓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또한 타당하지만, 충분치 않은 분석이라고 본다. 애초에 그렇게 구태의연한 여론조사를 누가 반복해서 발주하는지, 유사한 조사와 어긋나는 결과를 얻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다른 방법을 적용해서 얻은 다른 자료는 어떻게 통합해서 분석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여론조사의 문제가 조사 횟수, 표본 규모, 지지율 등 숫자의 문제만일 수 없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조사해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결과를 활용했는지 봐야 한다. 미국의 진보적 평론가들은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보면서 그의 몰락을 예측했다. 그의 인종주의, 민족주의, 성차별주의, 반과학주의는 결국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트럼프는 심판을 받아 백악관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그를 역대급으로 득표한 패배자로 만들어 준 유권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은 아마도 여론조사 요청 전화를 무시하는 편이 좋겠다고 다짐한 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들의 규모와 계층별 분포, 그리고 그 다짐한 마음과 결연한 행동을 헤아리지 못하는 여론조사는 가망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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