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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괘씸죄 단죄하면서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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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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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 사회부 차장

   
 

2002년 초 경기도의 한 포병부대에서 제대하고 나왔을 때 바깥은 유승준의 병역 기피 파문으로 충격에 잠겨 있었다. 유승준은 헌정 사상 최악의 ‘괘씸죄’를 저질러 만장일치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 후 19년간 그의 이름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곤 했다. 지난달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쓴 편지가 도마에 올랐다. 유승준은 “이미 잊혀져도 한참 잊혀진,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 입국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외교부의 비자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뒤 다시 비자를 신청했다가 재차 거부당한 처지였다.

우리 정부의 유승준 입국 불허 의지는 여전히 물샐틈없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강 장관은 “입국 거부는 정당하다”고 했다. “입국 금지 해제 가능성은 0.0001%도 없다”는 병무청 간부의 말도 있었다.

유승준은 2002년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앞두고 미국으로 출국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병역을 회피했다. 그로 인한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36세가 될 때까지 국내 입국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후 개정을 거치며 비자 발급 제한 연령은 38세, 41세로 계속 올라갔다. 올해 44세인 유승준은 나이 조건을 충족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타공인’ 비겁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누렸던 영향력만큼 책임이 무거워지는 게 당연하다. 공인으로서 결격 사유가 있으면 공익 자격을 박탈하면 되듯 연예인이라면 인기를 잃고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맞다. 19년 가까이 팬들과 단절된 망각의 지대로 유배된 것은 그가 달게 받아야 할 징벌이다.

다만 정부 부처들이 ‘유승준 무기한 입국 금지’를 위해 일치 단결하는 모습에는 국민정서법에 기댄 보복 감정이 서려 있는 듯하다. 국민을 배신한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공분이 국가적 행위로까지 거침없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유승준에 대한 비자 발급 불허가 위법이라고 본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는 이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대법원은 “기한이 없는 입국 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강제 퇴거를 당한 외국인도 5년 뒤에는 입국이 가능한 것과 비교해 유승준에 대한 무기한 입국 금지는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유승준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논의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의 입국을 허가할 경우 병역 의무의 신성함이 훼손되고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인에게 마치 화풀이하듯 병역에서 도망치면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병역의 신성함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병무청의 2015년 자료를 보면 고위 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국적 상실을 통해 병역을 기피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런 공직자들을 걸러내는 게 더 중요한 국가의 역할이다. 병역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다 본질적인 대안을 찾는 쪽으로 나아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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