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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한국전쟁을 보아야 하는 이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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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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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 인권재단 사람 소장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트럼프를 따돌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 사람이 아닌 한국인인 나도 미국 대선 결과를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초조하게 지켜봤다.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느냐는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시민사회는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그대로인 상태다.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이 잠시 중단된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불안전한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일단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동맹이라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을 더 뜯어가려는 깡패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전시작전권 환수 속도는 빨라질 것인지와 함께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까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아직 70년 전의 한국전쟁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이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70년의 오랜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시민들은 한국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는 공식적인 전쟁의 기억이 있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을 비롯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한국전쟁과 관련한 기념관들이 그렇다. 그렇지만 이들 기념관의 기억은 한국전쟁을 영웅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지나치게 호전적이다. 전쟁을 선동하는, 그래서 다시 전쟁을 해서라도 ‘적’으로 상정된 북한을 전멸시켜야만 한다는 선동이 지배하는 곳이다. 그게 반공국가 대한민국의 공식 기억이다. 이런 기억을 갖고는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낼 수 없다. 왜냐하면 전쟁을 통한 평화란 말은 다시 말해 끔찍한 참상을 다시 겪자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전쟁 없이 평화로 가는 길을 말하려면 이런 공식 기억과는 다른 기억들을 마주해야 한다. 지금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한국전쟁 시기 학살당한 이들의 유해 발굴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1950년 6월 말부터 7월까지 3차에 걸쳐 4000~7000명이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 말해지는 이곳에 사람을 죽인 위에 다시 죽여서 던졌다. 시체가 장작더미 쌓듯이 쌓여서 만들어진 무덤이다.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해서 보니 겹겹으로 사람의 뼈가 쌓여 있다. 이런 장면을 미군들이 지켜보고 있고,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이런 국군과 미군의 학살은 공식 기억 속에는 없다. 이런 무덤들이 전국에 널려 있다. 가족을 잃고도 울음조차 맘 놓고 울지 못했던 세월이 있고, 아직도 찾지 못한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고, 자식들이 있다. 이런 참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해결하지 못한 채 다시 전쟁을 말할 수는 없다.

마침 서울에서는 지난 10월29일부터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한국전쟁 70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의 제목은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다. 용산의 전쟁기념관이 국가의 공식 기억이고 허락된 기억이라고 한다면, 이곳의 전시는 비공식이고 허락되지 않은 기억들에 관한 것이다.

이 전시는 ‘불가능한 피란’으로 시작한다. 등짐 지고, 수레에 바리바리 짐을 싣고 피란 떠나는 이들은 대체로 흰옷을 입었다. 옷도 너무 추워 보이는 데다가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어딘가 공포에 질려 있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피란민 사진 중에는 한 가족이 미군에 의해 심문을 당하고 가장인 남편은 전쟁포로로 끌려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피란민 수용소로 가는 장면이 있다. 피란민과 포로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전쟁이 난 뒤 대전으로 먼저 도망친 이승만은 서울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다. 곧 국군이 반격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다고 했다나. 전시회 첫 주 토요일에 있었던 전문가 대담에서 강성현 교수가 세월호 때의 저 말과 비교해 설명했다. 국민을 버리고 도망쳤던 대한민국 정부가 내놓은 피란 관련 첫 번째 지시는 7월20일에야 나왔다. “피란민 중에 적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이 지시는 미군에게도 흰옷 입은 피란민들을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버젓이 서 있는 걸 보고도 하늘에서는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한다. 네이팜탄에 피폭당해 온몸이 새까만 숯덩이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전쟁의 실상을 보여준다. 피란 가서 죽고, 피란 가지 못해 죽고, 폭격으로 죽고, 고지전에 동원돼 죽고, 학살로 죽고, 강간당하고 살해되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어 뿔뿔이 흩어졌던 그 끔찍한 기억들을 고문이 자행되던 이 장소에서 대하게 되니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5층 고문실의 10개의 방에서는 10개의 키워드로 한국전쟁을 만나게 된다. 거대한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는 삭제된 다수의 기억들을 이곳에서 단편적으로라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평화를 원하신다면 오는 11월2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를 꼭 보시고, 한국전쟁 종전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다면 종전선언 캠페인에도 참여하시길.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2023년 7월27일까지 세계 1억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제출하는 캠페인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고 당국자 간의 협상만 쳐다볼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으로서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참여하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다. 종전과 평화는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연대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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