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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톱다운’ 결자해지 급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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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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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사적으로 한·일 관계의 변화는 미국의 압력, 이익을 중시하는 여론의 변화, 그리고 전략적 필요성 등의 흐름이 바뀔 때 가능했다. 최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한국을 방문하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만남이 이뤄진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우선,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한·미·일 협력 중시는 한·일 관계 개선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강제징용 문제의 현금화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일 모두 피해를 본다는 위기의식 또한 커졌다. 그리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상황에서 양국의 공동 대처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일 만남에서 절박성은 보이지 않고 아직도 상대방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길 바라는 태도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와 박 원장의 만남에서도 한국이 먼저 풀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국익을 위해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행위자를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관계 개선에 노력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정쟁의 희생물이 됐다. 게다가 양국 정상(頂上)조차 양국 관계를 북한 문제의 관점에서 보거나 국내정치의 유불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져 관계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도외시됐다.

문제는 양국이 타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안에 관계 개선을 위한 방향성에 타협하지 않는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한국은 내년 4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보궐선거가 있고, 7월에는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정치권이 반일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일본 상황도 마찬가지다. 스가 총리가 안정적인 정권이 되기 위해서는 내년 1, 4월이 선거의 계절이 될 수 있다. 양국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론에 휩쓸리게 되면 전략 외교는 실종될 수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상이 결단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의지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박 원장이 한·일 공동선언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일본은 비판적이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는 불신이 앞서 일본은 한국의 어떤 제안도 곧이곧대로 믿지를 않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문제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국장급 대화 채널보다는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 대화의 과정에서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미쓰비시 자산 현금화 조치를 유예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올림픽에 한국이 기여하면서 화해의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내 정쟁의 빌미가 되지 않으면서 일본의 불신을 없애는 묘안이 필요하다. 하나의 대안은, 한·일 양국이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이 강제징용에 대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실현되기 위해선 상대방에만 해결책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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