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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을 늦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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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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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특집부 기자

   
 

어릴 때는 더디게 흘러가던 세월이 40대에 들어서자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50대에 들어서니 가속도가 붙는다. 세월은 자기 나이 만큼 속도감을 느낀다고 했던가. 분주한 경주 속에 젊은 시절이 지나가고 먹고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언제인지도 모르게 중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야말로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출 수 없다.”는 장자의 말 그대로이다.

중년에 들어서면 과연 많은 면에서 변화를 가져온다. 피부는 탄력을 잃어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늘거나 탈모가 진행된다. 자기의 몸 움직임이 부모님과 닮아갈 때 나도 이젠 한창 나이가 지났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우기 중년이 되면 호기심이 없어지고 진취심이 고갈되며 의욕이 사라진다. 말끝마다 무의식중에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육체적인 쇠퇴보다도 정신적인 늙음이 앞선다.

미국미네소타의학협회가 정의한 ‘노인의 기준’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다. ‘스스로 늙었다고 느낀다’, ‘이 나이에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말하곤 한다’,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한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젊은이들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내일을 기약 못한다고 느낀다.’ 등 내용들이다. 노인을 구분 짓는 잣대는 나이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란 뜻이다. 이 잣대를 중년기에 갖다 대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중년기에 노인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고갱은 나이 들면서도 소침하지 않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졌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속속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늙는다는 것은 신체 연령이 많아졌다는 것일 뿐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고 깊어진다는 의미이다.

중년기에 웅지를 펼치며 천하를 호령한 삼국시기의 조조는 만년에도 마음은 푸르러 이런 명시를 남겼다. “늙은 명마는 마구간에 엎드려있어도 마음은 천리를 달리고 선비는 나이 들어도 비장한 기상이 꺾이지 않는다.” 조조는 나이가 들어서도 늙은 명마처럼 천하를 누비고 싶어 했다.

세월이 순간도 그 흐름을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은 늙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늙어 감을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늦출 수는 있다. 사람에 따라 방법도 다양하겠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취미를 갖고 무언가를 배우며 일손을 놓지 않는 것이 세월의 흐름을 늦추며 늙음을 지연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미가 없다면 취미를 발굴하면 되고 취미가 발굴되면 의욕이 생기며 의욕이 생기면 분발하게 된다. 퇴직한 후 하릴없이 장우단탄으로 세월을 허송하는 사람과 일거리를 찾아 현역처럼 활동을 벌리는 사람을 몇 해 지나 다시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지난여름 아침운동을 마친 후 귀갓길에 사회구역 활동실을 지나치다가 어눌한 색스폰 소리가 들려와 호기심을 품고 들어가 봤다. 평소 내가 늘 존경하던 선배가 한창 색스폰 연습에 골몰하고 있었다. 정년이 되어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취미를 갖고 색스폰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배운 지 여러달 됐지만 쉬운 색스폰 연주곡 한곡 아직 제대로 못 분다며 어려워했다. 그리고는 씩~ 웃으면서 던진 선배의 한마디 말은 지금도 필자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으며 사색하게 만든다. “기다려봐, 내가 칠십이 되면 깜짝 놀라게 멋진 곡 한번 들려줄게.”

사람들은 대개 중년이 되고 나이 듦에 따라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후회를 많이 한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면 인간은 늙기 시작한다. 꿈이 후회를 덮으면 육체적 나이는 들지언정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다.

보통 꿈은 클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년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꿈의 크기가 아니다. 관건은 그 꿈을 위해 당신은 오늘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고 현실을 탓하며 흘러간 세월을 후회하며 살아서는 뭘 하겠는가. 차라리 그 시간에 배우고 익히면서 인생을 알차게 다져간다면 우리는 늙음에 무감각할 것이며 세월의 흐름을 늦출 것이다.

지난 7월 일본에서 ‘80세 정년제’를 채택한 회사가 나왔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경력사원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유명 가전판매회사 ‘노지마’는 8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노지마의 원래 정년은 65세인데 이를 한꺼번에 15년이나 늘었다. 적용대상은 30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일단 체력적인 면을 고려해 상한을 80세로 정했지만 더 일하기를 원한다면 80세를 넘어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추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새 50대 중반에 들어선 필자는 세월의 쾌속에 잠깐 당황했었는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자신이 영원한 현역인 것 같아 온몸에서 힘이 솟구쳤다.

벌써 중년이 아니라 이제 중년이다. 중년들이여, 기죽지 말자. 가슴을 쫙 펴고 어깨에 힘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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