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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내부의 힘이 모아져야 가능하다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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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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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현 문재인 정부 아래 한국은 통일전문가들의 전성시대 같다. 과거에도 물론 그랬다. 텔레비전을 틀고 유튜브를 열어보라. 대학 교수, 정치인, 모 연구소 수석 연구원, 한반도평화연구센터장, 군사문제연구소장 같은 직함을 가진 사람이 나와 하는 열띤 통일 논쟁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 날이 드물다..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여기 시드니에서 나도 이 백가쟁명(百家爭鳴)에 글로나마 끼어보려고 하는데 먼저 왜 한국에 통일문제 전문가가 그렇게 많고 나마져인가에 대하여 여담이 될지 모르나 말해보고 싶다.

첫째 이유는 사활이 걸린 통일의 중요성이다. 왜 사활인가? 그 설명은 잔소리가 된다. 둘째 이유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좀 어렵다. 통일을 다루는 학문적 바탕은 국제정치학인데 이 분야는 인문학은 되어도 사회과학은 못 된다. 사회과학이라고 불리려면 적어도 인과관계(이유와 결과 또는 장래)를 실증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하는데 국제정치학은 그럴 수 없다.

한 예로 남북관계 연구가 실증적이 되자면은 김정은과 다른 북한 내 권력 실세들을 찾아가 면접을 하거나 그들 머리 속을 들여다볼 과학적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어림도 없다. 또 국제관계는 국내관계보다 몇 배 더 유동적이다. 모두 장래 일어날 불확실한 주변국 변수들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기에 이 분야는 학문적 연구보다도 제한된 정보와 지식과 통찰력을 가지고 점을 치는 걸 더 많이 한다.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통일부, 국정원, 통일연구원, 외교부, 국회와 군부 인사로 있으면서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협상 테이블에 적어도 한번쯤 가 봤던 실무자라면 모두 전문가 행세를 해보고 싶어 하는 이유다..

도덕주의와 현실주의

나는 50년대에 대학 정치학과를 나왔다. 그때는 외교학이나 국제정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빼고는 그냥 정치학과였다. 지금은 대부분 대학이 정외과와 국제정치학과를 두고 있다. 해봐서 아는데 이 학문 연구방법은 과거 국가 간에 일어난 역사적 사례에 기대어 하는 예측이 주로다. 가령 국가 간 관계는 도덕주의(Moralism)가 아니라 현실주의 (Realism), 즉 힘의 관계며 힘은 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되어 있으니 국방은 세력균형(The balance of power)으로만 가능하다든가, 국제관계에서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 최우선이라든가, 1938년 히틀러-체임벌린 간의 뮌헨협약을 들어 팽창주의 국가에 대한 유화정책은 실효성이 없음을 경고하는 게 그런 예다.

대표적 학자는 시카고대학의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1904-1980) 교수다. 그의 역작인 Politics Among Nations을 나는 지금도 소지하고 있다. 거의 50만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이춘근 박사의 미국의 극동정책, 지금의 한반도정세, 미중 간 갈등을 분석하는 유튜브 강의를 들어보면 그도 모겐소계의 국제정치학자 밑에서 미국 박사를 한 것 같다.

3대로 내려온 세습정치

그럼 나의 한반도 문제와 통일에 대한 전망과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1953년 정전 이래 수십 번의 아슬아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재발하지 않은 것은 그 사이를 왔다갔다한 유화나 강경정책, 또는 고도의 외교술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 남한의 막강한 군사력에 따른 세력균형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슨 짓을 해도 통일은커녕 평화프로세스(Peace process)가 말뿐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이유는 너무도 다른 북한의 정치체제에 있다. 알다시피 북한의 통치는 3대째 세습제이다.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다리다. 거기에서 물러난다면 북한의 통치자는 2차대전 후 이태리의 무솔리니와 동구권 몰락 때 루마니아 차우세스크 신세가 될 게 뻔한데 그렇게 하겠나. 무자비한 숙청과 인권 탄압, 그리고 전대미문의 고립과 폐쇄정책을 고수 해나가는 이유다.

남한이 그런 정권과 진정한 협상을 하려면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북한을 닮아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을 평하면서 햇빛이 북한의 오버코트가 아니라 남한의 그것을 먼저 벗길 것이라고 비아냥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오 서울지국장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으로 그간 남북간 협상 또는 화해처럼 보였던 행사들은 거의가 정치적 쇼가 아닐 수 없었다.

해괴하고도 불행한 사실은 근년 북한이 핵보유 국가가 되자 우리 정부와 우방국인 미국의 분위기와 협상 방향이 핵무기만 줄여준다면 독재체제나 인권 유린은 눈감아 주겠다는 식으로 본말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협상도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탄도 미사일을 증강시키는데 시간만 벌게 한 셈이다.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 교수는 몇 년 전 시드니에 와 가진 세미나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통일이 올 수 있다고 말했으나 내 생각은 다르다. 정권이 붕괴한다면 국제정치학 용어로 힘의 공백(Power vacuum)이 오는 건데 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인가가 불확실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시기상조다. 미국도 그런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직 가능한 통일 방안은 상대에 대한 절대적 체제우위를 향한 조용하나 꾸준한 장기적인 정책과 실전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이 그렇게 이뤄진 게 아닌가. 한국은 정치체제, 경제, 아마도 핵을 뺀 군사력에 있어서는 북한보다 우위겠으나 그것만으로 절대적 체제우위일 수 없다. 국민통합 또는 결속을 빼놓을 수 없다. 통일을 위한 국제외교도 국내의 힘이 모아지지 않고는 약체일 수 밖에 없다. 국민 수준 탓일까, 이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불만 세력이 너무 많다. 오랜 파벌 간 정쟁과 크게 벌어진 빈부격차 때문인듯, 사회는 늘 4분5열이다.

전 영국의 더 타임즈 서울 특파원 마이클 브린(현재 한국 거주)은 저서 <한국인,The Koreans, 1999>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강대국 간 정치보다 민족의 분열에 기인했다고 지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체제 상 절대 우위인가 알아보는 시금석은 여러 가지다. 다른 한 가지는 남북 간 국경이 와해되면 북한 인구의 반이 남으로 내려오고, 행복하게 잘 섞여 살 수 있을까이다. 그렇게 된다면 핵은 무용지물이다. 그 질문은 탈북자나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거나 살다간 재중 동포들에게 물어 봐야 한다. 탈북자는 처음 배고픔이 해결되고, 돈 몇 푼 생기고, 공포정치에서 벗어나 좋아도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 와 있는 재중 동포들이 돈 벌면 돌아가지 여기에서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포용주의 진보 통일론을 내세워 정권의 요직에 앉은 인사들 말이다. 그 소신은 과연 정직한가, 아니면 정권에 빌붙기 위한 편의인가 묻고 싶다. 보수주의 강경 통일론자, 분단을 호재로 먹고 사는 ‘먹물’ 들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그들과 우리들 모두가 통일을 진정 위한다면 공허한 통일 거대담론보다 일상생활의 실천을 통하여 국민통합에 먼저 신경을 써주는 게 옳다. 이 엄연한 필요는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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