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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왜 그럴까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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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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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 고문

   
 

2020년 대선은 이미 한 달 전에 끝났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기정사실이 된 지도 벌써 몇 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긴 패자의 선거 승복은 선거로 분열된 나라의 단합을 위한 미국의 오랜 관례일 뿐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과 새 당선인의 불화에서 재검표 요구와 법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선거 승복과 정권 이양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건국 초기 존 애덤스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정적인 토머스 제퍼슨이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인수인계를 해주기 싫어서” 부인 애비게일과 함께 한 밤중에 백악관을 빠져나갔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당선된 1860년 노예제 폐지를 반대하는 남부 주들의 연방 탈퇴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결국 남북전쟁을 불러온 레임덕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은 새 의회로부터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권을 폐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932년 대공황의 와중에서 맞섰던 현직 허버트 후버와 당선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관계도 시종 냉랭했다. 후버는 루즈벨트가 자질 부족이라며 함께 사진 찍기조차 꺼려했고 취임 전 루즈벨트는 뉴딜 공약 일부의 포기를 압박하는 레임덕 후버와의 어떤 협력도 거부했다. 당시 대통령 취임일은 3월4일이었는데 1월20일 정오로 앞당겨 레임덕 기간을 단축시킨 수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이 루즈벨트 취임 첫 해였다.

미 사상 가장 박빙 선거에서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에 의해 앨 고어가 패배한 2000년, 물러나는 빌 클린턴 백악관 스탭들이 조지 W. 부시 당선인 팀에 가한 ‘보복’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전화선을 다 뽑아버리고 화장실과 가구들을 파손시켰는가 하면 피자 박스 등 쓰레기를 잔뜩 쌓아두었고 무엇보다 백악관 컴퓨터들 자판에서 ‘W’자를 모두 제거해버렸다. 클린턴 측은 루머라며 부인했는데 어쨌든 연방총무청 보고서가 밝힌 피해액은 1만5천달러였다.

그래도 전쟁으로 치달은 링컨 당시를 제외하곤 패자는 결과에 승복했고 무난한 정권인수가 이행됐으며 전·현직이 나란히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특히 클린턴 팀으로부터 치기어린 봉변을 당했던 부시는 자신은 프로페셔널한 인수인계를 노력했고 그 수혜자였던 버락 오바마 역시 트럼프에게 효율적 정권이양의 모범적 기준을 보여주었다.

바이든 팀은 승리확정 예측이 나온 후 2주 이상이 지나서야 연방총무청의 승자 확인으로 인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당선인에 대한 일일 정보 브리핑도 이번 주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직 인수법’이 후임자의 정권인수 일정을 명시하지 않는 등 애매한 탓이기도 하지만 트럼프의 막무가내 불복이 한동안 행정절차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연일 새 내각의 인선 발표 등 바이든의 인수작업은 점점 속도를 내는 중이고, 선거 결과가 뒤집힐 현실적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다 사라졌다. 트럼프 측이 제기한 40여건의 개표관련 소송은 대부분 패소했으며 문제 삼았던 6개 경합주 모두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계속 승복을 거부하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현실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의 불복 행보를 전문가들은 ‘트럼프다운’ 퇴장전략으로 분석한다.

“전형적인 러시아 식의 허위정보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전제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조나단 라우시는 “가능한 많은 스토리와 음모론, 거짓말과 반쪽 진실들을 쏟아 놓아 허위정보의 홍수를 이루게 하는 이 작전의 목적은 혼란 야기이며 트럼프는 이런 여론전에 상당히 능하다…최선의 방어는 정확한 실상 파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너무 많은 거짓말을 접하면 진실을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진짜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브랜드’의 핵심이 ‘승리’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든 사업이든 어떤 실패의 순간에도 승자로 자처해 왔던 그에게 이번 선거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최대의 패배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트럼프 브랜드의 수익창출이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NPR은 분석한다.

투표 사기, 선거 조작 등 허위주장으로 불복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내려가야 앞으로 정치 생존력을 유지하면서 핵심 지지층 장악과 공화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승복 거부는 핵심 지지층이 그를 버릴 수 없도록 단속하기 위한 것이며 핵심 표밭이 그를 버리지 않는 한 공화당 기성계층도 그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 진영이 설립한 ‘선거방어기금’에 쏟아져 들어온 지지자들의 기부는 지난 한달 만에 1억7천만 달러에 달했다. 법정소송 지원 성금이지만 수면으로 떠오른 2024년 재출마를 위한 선거기금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의 불복 강행은 바이든의 집권을 막으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신의 도피처를 확보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겠다.

2021년 1월20일 정오가 지나면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 취임에 트럼프의 승복여부는 별 힘이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인 공정한 자유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 상흔은 상당히 오래 남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의하면 “트럼프 승리를 도둑맞았다”라고 답한 공화당 응답자가 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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