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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이 죄인인 나라난 한국으로 역이민 왔다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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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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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오늘의 한국 기자

   
 

한국에서는 유독 남을 원망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라는 교육을 강조한다. 종교의 가르침에서도 모든 문제에 항상 “내 탓이오”를 외치라 하고, 서점에 널리고 널린 자기계발서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머니들이다. 무슨 죄가 그리도 많은지 다들 자식들에게 죄를 지었다고, 항상 미안하다고 한다.

최근 2020년 수능이 치러졌다. 언론 매체에서는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들뿐 아니라 시험장 밖에서 내내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중 한 어머니가 현 심정을 묻는 인터뷰에 응했는데, 그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울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두 달만 더 늦게 애를 낳았더라면 올해 코로나로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너무 애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아마 애가 11월생인 모양이다. 두 달 늦게 낳았더라면 올해가 아닌 내년에 수능을 봤을 것이다. 어머니의 안타까운 맘은 알겠지만 그게 과연 자식한테 미안해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 어머니들은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게 당신들 탓이다. 이런 적도 있다. 내가 영어 지도를 하고 있는 학생의 어머니한테 학생의 영어 기초가 너무 부족하다고 하자, “제가 직업이 있다 보니 애가 어릴 때 학업적으로 못 잡아줬어요. 저 때문에 애가 고생하네요.”

이게 무슨 말인가. 애가 공부 못하는 건 애 탓이다. 애가 학업에 소홀해서 영어 성적이 저조한 것이지, 절대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기 때문이 아니다. 간혹 드라마나 소설에서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잡은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자신이 좀 더 가진 게 많고 힘이 있었다면 우리 아들이 좀 더 편한 곳에서 좀 더 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었을 거라며 미안해하는 장면들이 묘사된다. 자식 앞에서 늘 죄인이 돼버리는 한국 어머니들. 애를 집에 혼자 두고 일 나가는 것도 미안하고, 남들 다 하는 전과목 과외 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지 못해서 미안하고, 힘들 때 힘이 돼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동생 없이 외롭게 자라게 해서 미안하고, 형제가 많아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비싼 옷, 비싼 신발 못 사줘서 미안해한다.

우리 엄마는 좀 다르다. 위와 같은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별게 다 미안하네” 또는 “미안할 일도 셌다”라고 말한다. 이미 낳아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학교 보내줬으면 자식은 부모한테 평생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침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한다. 나 입히고, 먹이고, 교육시키느라 이제 돈이 없다며 계절마다 새옷 사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친구들이 쓰는 화장품이 좋아 보인다며 화장품 제품명을 적은 리스트도 건넨다. 가끔 같이 쇼핑이라도 가면 맘에 드는 스카프나 모자를 쓰고 벗을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적당히 눈치를 채고 얼른 계산하지 않으면 나중에 면박을 당하기 일쑤다. 그럴 때면 난 내 친엄마 맞냐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발 내 친엄마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농담으로 한동안 구시렁댄다. 그렇게 우린 한참을 배꼽 잡고 웃는다.

우리 엄마는 당당하다. 자식을 키워낸 본인의 공을 당당하게 여긴다. 그래서 언제나 요구도 당당하다. 살아보니 “어머니”만큼 위대한 존재는 없다. 어머니들은 당당해야 한다. 특히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한국 어머니들은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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