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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병 보이러 대도시로 떠나야만 하는가
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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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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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화 / 재일조선족유학생

우리는 주위에서 큰병에 걸려 북경, 상해, 한국, 일본에서 치료받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고향에서라면 인맥도 있고 환자의 간호도 여러 사람이 부담할 수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경제적 부담도 크고 뭐나 낯설기까지 하여 환자도 가족도 많이 힘들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 특히 암 환자들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높은 의술을 기대하며 대도시를 선택한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코로나페염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을 받는 시기이다. 요즘 대도시에 들어가자면 지방에 따라서 PCR검사증명을 받아야 하고 대도시에 도착해서도 격리기간이 필요하며 병원 예약도 더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가 이동 중에 감염될 위험이 있으며 간호하는 가족이 당뇨 등 지병을 갖고 있다면 이동 중에서 미지수가 많아 길 떠날 때 주춤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외국에서 산지도 어언 18년이 가깝다. 하지만 필자가 고향을 떠나기 전이든 지금이든 많은 연변사람들은 큰병에 걸리면 연변에서가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치료받으려고 한다. 분명 18년 동안 우리 연변 사회는 발전했고 의료계통도 진보했는데 왜 우리는 큰병에 걸리면 아직도 고향에서 치료받는 것이 불안한 것일까.

불안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일반 주민은 연변의 의료상황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주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가? 병원홈페이지에는 기본정보가 있다. 의사소개와 각 학과의 역사, 의료설비대수 등등. 일본의 병원홈페이지와 비교해볼 경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면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이 큰병에 걸렸을 경우 현재 정보로는 너무 부족하다. 하여 많이는 입소문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지금 연변의 상황인 것 같다. 누구누구는 어느 병원에서 초기간암진단을 받고 고주파열치료(RFA, radiofrequency ablation)를 받았는데 오히려 간경화가 심해져서 다시 북경으로 들어가서 치료를 받았다거나, 어느 병원은 사실 간장과 심장 치료기술이 낮은 상황이어서 병원 의사 가족도 상해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거나 하는 등등의 얻어들은 것들로 병원선택을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변의 의술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신뢰도가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얻어들은 소문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수치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연변의 의료계통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병원의 각 학과의 소개가 매우 상세하다. 예를 들면 그 학과에서 주로 성과가 있는 병에 대해 공개를 하며 또한 각 병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병원리를 알기 쉽게 소개하며, 각종 치료 방법 및 위험에 대해서도 그림까지 첨부해서 설명하며, 치료건수와 성공률 모두를 공개한다. 자기 병원의 수치와 현재 일본국내 평균수치, 국제 평균수치를 같이 보여줌으로써 환자에게 비교적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연변의 병원홈페이지에서도 외국의 자료를 참고하여 상세한 정보공개를 검토하기 바란다.

우리 연변은 중고등 레벨의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인재유치이다. 흔히 인재를 유치하려면 높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수입격차가 심했던 20년전이었다면 이 말은 맞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순히 액면으로 보는 수입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저축할 수 있고 그 돈으로 얼마만큼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연변의 전체 경제력 상승과 생활소비환경의 개선으로 연변은 더 이상 후진지역이 아니다. 먹을 것이 풍부하고 대도시에 비해 집마련하기가 어렵지 않으며 분위기 잡을 럭셔리한 커피점도 여기저기 있으며 공기 또한 얼마나 좋은가. 연변은 인재를 끌어들일 매력이 너무 많다. 조사에 의하면 북경, 상해 등 도시로부터 중소도시로 이주하는 조선족이 최근 몇 년 이래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대도시에서 마련한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연변을 선택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지 높은 수입이 아닌 높은 삶의 질과 여유로움을 어필하여 인재를 끌어들어야 한다.

또한 자기 민족 뿐만아니라 다른 민족과 외국의 인재도 끌어들이는 포용력도 필요하다. 사실 고령화시대인 지금 세계의 곳곳에서 인재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민연구에서 보아도 못사는 곳에서 잘사는 곳으로 인구 이동하던 시대로부터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추구형의 인구이동으로 변화하고 있는바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동하는 요인 또한 매우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들은 소비와 경쟁이 주도하는 사회에 의문을 던지며 자신의 소비관을 다시 돌이켜보고, 인생의 가치와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이번 신종코로나페염의 유행은 우리 삶의 여러 면을 변화시켰다.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 곳에서 출근형태를 온라인 근무로 변화함으로써 회사도 대도시로부터 지방으로 이사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났다. 그들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긴급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대처라기보다 통신기술의 발전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상 때문이다. 이번 유행성 바이러스의 영향범위와 장기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현재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꼈기에 여태까지의 상식과 가치관을 벗어나 새로운 근무방식, 재택근무의 확대와 부업의 인정을 검토하는 기업도 많이 나타났다.

연변의 통신기술 발전 특히 인터넷보급률은 전 중국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연변은 이 우점을 발휘하여 기업유치를 해볼 수도 있고 의료계통에서는 온라인 원격수술을 도입할 수 있으며 대도시의 전문가들과 온라인으로 리얼타임에 교류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사가 결핍한 지역의 수술과 지도를 온라인으로 함으로써 지역의료의 안정을 유지하고 높은 질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연변은 또한 지리적인 우세를 활용하여 한국과 일본의 권위적인 의사를 부르는 노력도 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 뇌동맥종양의 권위인 카미야마 히로야스 의사가 일본의 의료프로그램에서 일본 전국의 자신을 필요로 한 환자한테 가서 수술하는 모습을 보고 참 좋은 시스템이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특히 65세에 퇴직하기에 너무 아까운 많은 전문의사들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장기적이 아닐지라도 우리 연변에도 이런 전문가를 불러들일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한 것 같다. 의료계통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있는 여러 전공의 인맥을 풀가동하여 가능성을 의논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변의 주요 병원의 의사들은 너무 바쁘다. 의술을 증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새가 없을 정도로 일인당 부담이 크다. 누군가는 대도시 의사들은 더 바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도시에는 평균 실무능력이 높은 의사들이 서로 일을 분담하는 환경이 형성되어있다. 또한 새로운 인재들도 줄 서서 들어오고 있다.

우리 연변의 상황은 어떠한가. 능력이 있는 의사들이 적지 않게 스카우트당해서 고향을 떠나고 햇내기 의사들을 이끌어줄 대선배가 부족하지만 병원은 변함없이 매일 환자로 붐빈다. 그럼 고향을 떠나는 의사를 어떻게 떠나지 못하도록 잡을 수 있을가. 스카우트를 받아 가면 대우가 연변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우만으로 외지를 선택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것보다 자식의 교육환경이 결정적 요인이 될 때가 많다. 연변보다는 큰 도시이니까 교육환경이 좋을 것이며 대도시일 경우 자녀의 대학입시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면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통신기술이 발전한 요즘에서는 교육환경에서의 지역차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가장 최신 참고자료를 주문할 수도 있고, 온라인강의로 유명 학원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는 등 질 좋은 교육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경, 상해 외의 지역일 경우 대학입시에서 유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닐 것이니 2세 교육이 더 이상 큰 차이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다.

신종코로나페염이 우리의 가치관을 흔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비교적 안전한 연변에 유능한 의사를 남겨두고 연변으로부터 유출된 의사를 재유치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병원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하는 교육 부문의 교사 인재도 유입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퇴직교수들을 단기적이라도 교사진에 초빙하는 방법도 조선족유학생이기에 할 수 있는 관계망활용일 것 같다.

그리고 가벼운 부상과 질병 및 만성질환은 큰 병원이 아니라 작은 병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본의 의료기관은 크게 ‘진료소’와 ‘병원’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시민들이 흔히 다 병원이라고 말하기에 진료소를 ‘종합병원’과 상대하여 ‘일반병원’이라 한다. 이 두 가지는 병원 침대수, 진료 과수, 시설, 의사와 간호사 인수, 역할 등 면에서 다 다르다. 가장 쉽게 말하면 일반병원은 개인병원, 전문병원 등 작은 규모의 병원을 말하고 큰병에 걸리면 일반병원의 소개서를 가지고 종합병원으로 가는 형식을 취한다. 소개서가 없을 경우 수속비를 두세배 더 지불해야 하며 아예 종합병원의 수속도 할 수 없는 곳도 많다. 건강검진에서 요구되는 조건에 부합되는 판정을 받은 사람만이 소개서가 필요 없이 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큰 병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작은 병원의 질을 높여 균형적인 의료환경 형성에 유리하다. 연변만이라도 일본의 이 경험을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의료라는 말이 있다. 그냥 어느 지역의 의료라는 뜻이 아니라 보건예방, 질병치료, 재활치료 등 여러 면으로부터 의료를 생각하는 자세이다. 즉 병에 걸린 후 치료하는 의료가 아니라 넓게 지역주민의 생활에도 주의를 돌리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의료활동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연변에는 음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간암환자도 이에 따라 국내 평균 수준보다 높은 편이다. 이는 우리 조선민족의 술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편 한국 돈벌이가 정상상태 화된 현대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 돈벌이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된 사람들은 고향에서 술자리가 많다. 옛날에 비해 건강의식이 높아진 지금도 아버님 세대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지역의료의 시점으로 보면 연변의 특정상황을 파악하여 ‘술과 건강을 생각하는 교실’을 많이 개설하고 의사, 간암환자, 환자가족과 교류하는 이벤트를 다채롭게 꾸며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의 한 지역에서는 ‘방연교실’을 2년 동안 개설하여 흡연과 건강을 생각하는 이벤트를 많이 만든 결과 2년 사이에 흡연자수가 절반이나 줄어드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는 특수사례가 아니다. 보건예방의 의료에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건강상태에서의 여러 가지 민간조치가 세계적으로 중시를 받고 있다. 짜게 먹고 기후가 건조한 것도 우리 연변의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기후적, 민족적 특성으로 인한 지병의 다발률은 보건예방의 큰 노력이 필요하다.

연변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이상한 약을 파는 모임에 참가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 약이 좋다고 믿는다기보다 사람이 그리워서 모임에 가는 거라 하니 정부, 가도, 의료계통이 협력하여 건강교실을 만들고 같이 모여 노래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감으로써 사기피해도 줄이고 연변사회에 공헌도 할 수 있다. 우리 연변의 의료가 질병치료 개선뿐만 아니라 병들기 전의 보건예방과 치료 후의 재활 등 이 세 가지를 포괄했을 때만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 현실 의료계통의 내부 상황은 많이 복잡할 것이며 갈 길이 아직 멀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개인의 힘과 창조력을 믿어야 한다. 젓가락 철학을 떠올려보자. 하나의 젓가락은 매우 간단하고 작다. 하지만 젓가락의 작용은 매우 크다. 또한 하나의 젓가락은 쉽게 부러뜨릴 수 있지만 한묶음의 젓가락은 힘장수도 부러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작은 힘으로 우리의 부모 형제들이 살고 있는 고향을 보다 안심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지혜를 모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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