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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워싱턴 풍경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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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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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주 / 워싱턴총국장

   
 

그날 워싱턴 DC 거리는 진흙투성이였다. 덤불로 뒤덮여 지나다니기도 어려웠다. 연방정부 조성 공사 탓에 경관도 어수선했다. 3대 대통령 당선인 토머스 제퍼슨은 그 길을 걸어서 의사당에 도착했다. 미국 의회 사료가 전한 1801년 3월 4일, 첫 연방의사당 대통령 취임식 날 풍경이다.

제퍼슨은 상원 회의실 취임식에서 “소수자도 법이 보호해야 하는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고, 그 신성한 원칙을 저버리는 것은 억압”이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자”고 역설했다. 치열했던 선거전에서 자신을 찍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합의 호소였다.

180년 후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전통적 취임 무대로 자리 잡은 이스트 포르티코(의사당 동쪽 출입구)를 떠나 웨스트 프런트(서쪽 테라스)에서 취임했다. 더 많은 인파와 함께할 수 있는 위치다. 레이건은 오일 쇼크와 불황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인에게 국가 부흥의 시대를 시작하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취임식이 열린 곳이 바로 그 웨스트 프런트다. 수십만 축하 행렬 대신 성조기와 각 주의 깃발이 무대 앞 내셔널 몰을 빼곡히 채웠다. 코로나 대유행의 파고 속에 폭도들이 의사당을 유린한 2주 전 상흔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바이든의 양어깨엔 제퍼슨의 ‘단합’과 레이건의 ‘부흥’, 두 난제가 얹혀졌다.

바이든이 돌파구로 던진 화두는 통합이다. 코로나로 황폐해진 경제를 되살리고 좌우로 두 쪽 난 국가의 통합을 위해 영혼까지 바치겠다며 통합의 리더를 자처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반 이민 정책을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와 대외문제 불간섭 원칙인 트럼프 독트린을 모두 폐기했다. 트럼프 현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바로 그 발원지들이다.

“공화당원 10명 가운데 6명 가량(57%)은 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유산을 따르기를 원한다”(워싱턴포스트-ABC). 또 70%는 여전히 바이든의 합법적 승리를 부인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통합 추진에도 강력한 정치적 분열이 지속할 것”(정치전략가 프랭크 런츠)이라는 회의론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공화당원이나 트럼프 지지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민주당 내 진보주의자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도 바이든의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트럼프 지우기로 첫날을 시작한 바이든식 통합은 아직 안갯속이다. 그 자신도 “어리석은 판타지처럼 들릴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어떻게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철조망과 주 방위군이 어른거리는 워싱턴은 여전히 생경하다. 220년 전 그날의 스산한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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