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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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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덕 / 논설위원

팬데믹 이후 더 빨라진
글로벌 경제의 중심 이동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구의 경제적 무게중심을 구하려는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주 알리안츠 금융그룹 리서치팀이 낸 보고서도 그중 하나다. 보고서는 각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가중치로 구한 글로벌 경제 중심점(구의 무게중심을 지표에 표시한 점)이 줄곧 서진하다 2002년 방향을 틀어 아시아로 이동 중이며 팬데믹 위기 이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중동을 지나는 이 점은 2030년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이 만나는 지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알리안츠는 중국을 팬데믹 위기의 상대적 승자로 본다. 중국 GDP는 올해 미국의 75%에 이르고, 2030년에는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직전 전망보다 2년 이른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당초 중국 경제가 2030년 미국을 제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 격차를 보고는 그 시점을 2년 앞당겼다. 위안화가 계속 오르면 2026년 역전도 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하면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경제국이다.

첫 밀레니엄 내내 중앙아시아에 머물던 경제 중심(구매력 기준)은 산업혁명 때 급속히 유럽으로 이동했다. 미국 쪽으로 계속 서진하다 20세기 중반에 방향을 틀었다. 일본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이어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아시아 회귀는 빨라졌다. 2030년의 경제 중심은 서기 1년과 비슷한 지점에 이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지구촌 부의 동진에 거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추세만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것은 위험하다. 세계가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면 우리의 예상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변수는 많다. 중국이 얼마나 더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 인구는 2029년부터 한 해 500만명씩 줄어든다. 양적 성장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공장들은 인구 대국 인도와 인도네시아, 젊은 대륙 아프리카로 옮겨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체제의 모순이다. 100년 전 공산당 창건자들은 지금 같은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자원 동원에 능하고 팬데믹 통제에도 강했던 체제가 창조적 파괴에서도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제칠 수 있을까.

미·중 패권 다툼도 더 치열해질 것이다. 물론 냉전시대와는 사뭇 다른 싸움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시아 차르(인도태평양조정관)가 된 제이크 설리번과 커트 캠벨은 포린어페어지 기고에서 "워싱턴에 필요한 것은 냉전의 논리가 아니라 냉전의 교훈"이라며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꼭 대립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세계경제포럼에서 "국제사회는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버리고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미·중 패권 다툼은 일단 기술전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혁신 역량이 결집된 기술력은 곧 경제력이며 군사력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거대한 힘의 이동에 맥없이 휩쓸리지 않으려면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야 한다. 여기서 하나의 사고 실험을 해보자. 지구촌에서 한국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해보자. 그럴 때 아무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한국은 의미 없는 존재다. 20세기에는 석유가 없으면 모든 게 멈췄다. 21세기에는 반도체를 못 구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중에 반도체는 상호확증파괴형 무기나 다름없다. 그럴수록 한국과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커진다. 문제는 우리가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다. 스토리텔링도 더 중요해졌다. 우리가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분명한 원칙과 규범에 따른 국제질서를 설파해야 한다. 자유와 평화, 인권, 공영의 가치가 수사로만 그치지 않도록 가치동맹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넓혀가야 한다. 21세기는 확실히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다. 부의 동진에 맞는 새 전략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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