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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으로 역이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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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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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오늘의 한국 기자

공무원영어 모의고사 출제자로 일하면서 난 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한다. 창의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탓에 내가 겪은 경험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문제에 녹여내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쉽다. 예전에 “ambivalence(모순)”가 정답이 돼야 하는 문제를 출제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번역] 일부 미국인들은 종종 그들의 외국 이웃에 대해 불평한다. 중국인은 너무 시끄럽고, 한국인은 김치 냄새를 풍기고, 독일인은 관대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은 중국인, 한국인, 독일인 옆집에 사는 것이 싫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독일산 차를 모는 걸 좋아하고, 한국 가전제품을 갖고 있으며, 중국산 옷과 신발을 신으면서 외국인을 싫어한다고 하는 것은 _______________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난 사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이나 한국사람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교육은 별나다” 라던지, “한국사람은 너무 돈을 밝힌다” 또는 “한국사람은 사과할 줄 모른다”와 같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면 큰 소리로 “싫으면 너네 나라로 가버려!” 라고 외치고 싶다. 그렇게 불만이 있으면서 굳이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을 보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가장 모순적인 사람은 사실 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만 듣던 말, 드라마에 나왔을 때에도 펑펑 울면서 듣던 그 대사를 불과 3일 전에 듣게 됐다.

“아마 오늘 저녁을 넘기기 힘들 거 같아요.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7년간 키워 온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다. 늘 건강하기만 했던 우리 강아지가 갑자기 아프더니 손을 써볼 틈도 없이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건강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스스로 침을 삼키지도 못하고 결국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벽에 미친 듯 24시간 동물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그 어떤 검사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냥 떠나보낼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강아지가 하루를 더 견뎌낸 결과, 그 다음날 신속하게 뇌MRI 검사 및 적혈구 검사 등이 진행됐다. 그리고 “뇌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직도 입원 중이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뇌염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병이라는 점에서 낙관적일 순 없지만 그래도 면회를 가면 날 알아보는 눈치다.

만일 내가 한국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같은 상황을 겪었더라면 어땠을까? 뉴질랜드에도 After hours veterinary clinic이 있긴 하지만 아마 검사 동의서에 사인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 데에만 이미 수시간을 소비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우리 강아지는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한국에서 한국의 빠른 시스템의 덕을 보고, 한국에만 있는 장점을 누리면서도 한국 생활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는 것이 가장 모순이 아닐까? 그래서 결국 연초를 눈물바람으로 시작하는 벌을 받은 듯싶다.

위의 영어 문제는 그 누구보다 내 스스로에게 했어야 하는 말이다. 올해는 한국의 단점보다 장점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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