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민족문화교류협의회(이사장 이평열)는 일본 관동군 731부대가 자행한 인체생체실험에 대한 역사적 증거자료를 모아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1994년부터 수집한 자료를 중심으로 그동안 모은 자료는 320여점의 사진자료와 문건만도 660여 페이지달하는 방대한 역사자료들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악랄하고 잔악한 행위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이 자료집에는 당시 731부대의 행적과 실체, 극비리에 진행한 일본군의 세균실험 실태, 가해자들의 증언과 생체실험보고서 등이 수록되어 있다. 부록에는 731부대의 본부 현황과 생체실험기구와 유물 사진, 참가자 인적사항 등도 수록하였다.

이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일제 36년간의 잔인하고 혹독한 식민지 정책과 동포들의 ‘노예’적 상황 등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어떠한 전향적 행동도 창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1991년 중국 하얼빈을 방문한 이 이사장은 일본 관동군 제731세균부대 유적지를 방문한 후 일제의 만행을 국내외 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중국 731부대 전시관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여 1993년 10월에 자료 일체를 반입하여 사비를 들여 1995년 광복 50주년기념사업으로 3개월간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중국, 몽고, 소련인 등 3,000여명이 생체실험 당한 역사적 사건임에도 유독 우리나라의 관심이 적은 이유는 당시 우리 국민들의 피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소련은 승전국의 지위에 따라 일본인 전범자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피해 사실이 많이 밝혀냈지만 우리 국민들의 피해사실은 중국과 소련의 피해조사과정에서 일부 밝혀진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관동군은 세균전을 준비하면서 1933년 중국 동북의 3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점령한 후 하얼빈에 ‘이시이세균연구소’를 설립하여 ‘가모부대’라 명하여 생체 실험에 착수하였다. 생체실험 특성상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을 수감하기 위한 특별감옥이 필요하였다. 일본군은 1938년 본격적으로 실험장소와 세균 번식 기지를 건립한 후 각종 세균 생산과 세균무기 성능실험을 자행한다. 특별감옥은 731부대가 이들 생체실험 재료(대상자)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창고였던 것이다.

1938년 1월 일본 관동군 사령관은 헌병대와 만주경찰서로 ‘특별수송’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서의 핵심은 중범으로 인정되어 체포된 자를 법정에서 재판할 필요 없이 헌병대로 하여금 이시이부대로 ‘특별수송’하여 ‘세균실험’후 살해하라는 내용이었다.

1938년 4월부터 1945년 일본의 항복 전까지 중일전쟁에 끌려간 조선인은 36만 명이며, 이들 중 귀환이 확인된 사람은 16만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0만 명은 사망 또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생체실험에 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 731부대장 이시이시로와 그 가족 (이시이시로는 중장까지 진급)

일본군은 패전직전 생체실험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731부대의 건물과 생체실험실 및 기구의 파괴, 실험대상자 400명을 독가스로 살해하였다. 전범 재판과정에서 미국은 생체실험 주범자를 전쟁범죄자로 기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균 연구 자료를 넘겨받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는 말은 역사를 잊어버리는 우리 자신들을 합리화하기 위해 나온 말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더 기억해야 할 당위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왜곡된 역사가 아닌 올바른 역사 인식의 토대위에 과거 청산이 되어야 미래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평열 이사장은 이 자료집이 교육 자료와 학술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후대를 위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교육시켜 나갈 몫은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역사 앞에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 : (사)한민족문화교류협의회 이평열(이사장)
발행처 : 한민족문화교류협의회
663쪽, 1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