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3.8 월 18:03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기고
재외동포 정책, 현지 사회의 필요 파악이 먼저다
김삼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2.1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은 민주화가 한참 이뤄졌지만 아직 멀었다. 한번 굳혀진 전통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그렇다. 대표적인 하나가 역사적으로 오래 이어져온 우리의 왕권정치, 일제시의 군국주의와 관료주의, 해방 직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분단 상황 등이 겹친 결과인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와 단체주의의 잔재다.

중앙을 정점으로 촘촘히 짜여진 그 많은 기구와 조직들이 그것인데 고국에서야 물론, 선진민주주의 국가에 산다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외동포 정책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공익사업을 하겠다면 기구와 조직이 필수다. 그러나 그게 정치적 필요에 따르는 거라든가, 단체를 위한 단체를 만드는 결과라면 내실은 없고 행사와 절차 놀음으로 예산을 낭비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 해외에 존재하는 그 많은 한인 조직과 기구는 고국 정부가 설립하는 것은 아니나 직간접으로 장려한다. 해외에서 큰 도시와 중요 지역별로 한인회가 하나 운영되는 건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다시 묵는 나라별 한인회총연합회나 6대주별로 유렵주한인회총연합회니 오세아니주한인회총연합회는 왜 필요할까? 바로 한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중앙집권제와 단체주의, 거기에서 파생하는 강한 직위의식이 그 뿌리다.

현지에서 각 지역별로 있는 한인회만 해도 해당 지역 한인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야 할 사업은 못하면서 선거 때면 누가 수장이 되느냐를 놓고 웅성거리고 말고는 회장은 잡다한 행사에 나가 마이크 잡고 하나마나한 판박이 스피치만 하다가 끝나는 언젠가 뉴욕타임스마저 지적한대로 세레머니얼 자리(Ceremonial post)가 되어온 것이다.

그런 지역 한인회장들에 더하여 서열로 봐서는 그 위인 상급 기관 같은 연합회장과 총회장들을 둔다면 그런 세레머니용 직함은 더 늘어날 것 아닌가.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 중단 상태지만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에 500여명의 한인회장과 관련자들이 모여 하는 행사의 결과를 보면 더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 왈, 특히 요식업자들 입장에서는 단체와 행사가 많으면 돈이 돌아 좋은데 왜 나쁘냐고 말할 수 있으나 아니다. 그런 돈이 모아져 더 생산적인 데 쓰인다면 일자리와 구매력은 더 늘어난다.

해외 한인사회에는 한인회장만 있는게 아니다. 다른 분야에도 많다. 현지 외국인과 같이 하는 모임에 가보면 가관이다. 저 사람들은 존, 마이클, 짐 등 이름만으로 서로를 소개하는 검소한 곳에서도 우리는 모두 무슨 무슨 회장, 예컨대 He is the president of so and so하고 줄줄이 직함을 나열한다면 좁은 한인 커뮤니티에는 뭐 프레지던트가 그리 많은가 할 것 아닌가.

이게 바뀌고 각 지역 한인사회가 위상도 더 높아지고 더 생산적이 되겠다면 먼저 해당 커뮤니티의 필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전제되어야한다. 어느 사회, 단체, 개인이든 필요를 말하라면 각자 생각이 다르고 무한하다. 그걸 다 충족시킬 도리는 없으므로 우선순위(priority listing) 정해야 한다.

각 한인회는 체계적인 리서치면 좋고 아니더라도 공개 토론과 의견 취합 과정을 거쳐 문헌을 만들어 구성원들을 교육시키고 고국의 재외동포정책 담당자들에게도 건의해 나가야 하는데 대부분 큰 대표적 지역 한인사회에서도 그 작업을 했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그런대로 작은 연구비라도 받는 한국의 일부 학자, 전문인, 학술 단체들이라도 현장 연구(Field study)나 비슷한 작업으로 길을 밝혀야하는데 그런 일을 했다는 이야기 또한 없다.

여성 문제를 남성이 결정

얼마 전 한국의 재외동포재단의 홍보문화조사부장 겸 서울 사무소장을 맡게 된 깁봉섭씨가 새로 취임한 김성곤 10대 재단 이사장과 현지 여러 재외동포 관련 학자와 전문인들과 상견례를 갖고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과 사진을 페북에 올렸었다. 여기에 따라 붙은 재미있는 댓글 하나를 그대로 옮겨 본다. “좀 아쉬워요. 왜 저렇게 중요한 자리에 정작 재외동포는 참여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여성회 문제를 남성들이 모여 결정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ㅎㅎㅎ”

   
▲ 김봉섭 페이스북 캡처.

그에 대하여 김소장이 이런 짧은 답을 띄었다. “장현석 중국 용정 출신 동포도 참석했습니다.” 여기에 나는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제가 사는 아직도 언어장벽으로 주류사회로의 진입이 어려운 1세가 주도하는 서방의 한인사회와 해방 이전에 조성되고 더 이상 이민을 받지 않아 3, 4, 5세 한인계가 주도하는 중국, 구 소련, 일본 등의 한인사회의 실정과 필요는 크게 다릅니다. 용정 출신 하나가 참석해서 발언을 했다고 한인사회의 실정이 반영될까요?”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은 현지가 아니라 서울의 생각에 따라 운영되어 온 건 아주 오래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해외 한인사회의 이익이 되자면 현지의 필요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그에 따른 그런대로 수긍할만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연구나 그 결과 나온 문헌을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본 적이 없습니다.”

김 소장의 반응은 이랬다. “김삼오 박사님. 현지 사정은 현지 동포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의견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잘 활용해주세요. 동포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과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습니다.”였다. 일단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재외동포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그 위 이사장이 있고, 그 상급 기관인 외교부가 있고 청와대가 있겠는데, 각 장들은 얼마만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최종 합의가 되는 지 밖에서는 전혀 알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기에 1차적 고객(clients)인 현지 사회는 늘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연간 예산 600억원 규모의 외교부 산하인 재외동포재단은 적어도 예산만 놓고 볼 때는 이 분야 최일선 창구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이 재단의 제주도 이전으로 서울 사무소 개설이 필요해진 것을 늦게 알았다. 호주의 경우 한국에서 유입되는 재정 지원 규모가 얼마며 어디에 어떻게 긴요하게 쓰이는 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 해외 현지 한인들의 책임이 더 크다. 다른 서방지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여기 한인사회도 이런 문제를 놓고 고민커녕 논의 한번 한 적이 없다. 그럴 리도 없지만, 이 사회의 단체장 몇 사람을 서울에 초치, 아니면 서울에서 책임자가 호주를 방문하여 그들을 만나 이 사회의 필요를 묻고 들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시사대로 우리대로의 사전 준비 없이 이런 중요한 문제를 대하게 된다면 각 개인은 중구난방으로 대답하거나 아예 입을 닫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3132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21, 1309호 (낙원동, 종로오피스텔)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김도균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