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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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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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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버지니아

J라고 불리는 20대 후반의 한국계 미국인을 소개한다. J는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체성에 대해 다소 혼란스럽고 불만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기 옆자리에는 언제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한국에서 온 학생을 앉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이 영어 몇 마디를 할 때쯤이면 그를 미국 학생 가운데 앉히고 또 다시 자기 옆에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한국 학생을 앉혔다. 그래서 자기는 다른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불만을 자기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자 J 어머니가 담임선생에게 자기 아들도 정상적으로 친구와 사귈 수 있게 해달라고 몇 마디 했더니 선생의 대답이 이랬다.

한국 학생의 부모들은 대면이나 전화의 대화가 아니라 이메일 문자로 귀찮을 정도로 좌석 배치부터 학습 지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요구사항들을 보내기만 하는데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선물은 물론 때로는 오해를 받을 만큼 돈 봉투까지 보낸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고 했다.

J는 부모를 따라 다니던 교회를 그만 두었다. 바로 자기 책상 옆에 앉았던 아이들이 교회 모임에서 너무 설치고 무례하고 한국말을 못한다고 자기를 놀리기까지 하는데 그만 정이 떨어졌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초등학교를 보내고 J는 중 고등학교를 갔다. 그곳에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한국 학생은 없었다. J는 학교생활을 즐겼다. 공부도 그런대로 상위권이었다. 그리고 여름에는 요트 팀에 들어가서 팀 리더로 활약했고 겨울에는 스키 팀에서도 활약했다. 그리고 특히 학교에서 비보이 댄싱으로 유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교회의 누구 아들은 하버드대에 들어갔다, 누구는 MIT에 들어갔다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J는 자기는 그런 한국 학생이 아니고 미국인이라면서 그런대로 학창시절을 즐겼고 비록 하버드나 MIT는 못 갔지만 그런대로 좋은 대학에 입학, 졸업과 동시에 뉴욕에 있는 직장에 다니게 됐다.

그러한 그에게 요즈음 혼란이 시작되었다. 자기는 건강한 미국사회의 일원이며 미국을 자기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아시아인이라는 이방인이며 더군다나 증오의 대상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J 같은 청년들에게 이곳 미국에 이민 온 나 같은 이민 1세대가 이제 마음의 혼돈이나 상처에서 벗어나 내일을 위하여 용기를 줄 이야기를 해주어야한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에게 교과서가 있다. 유대인이다. 그들의 1세대가 이곳에 왔을 때 이러한 표지를 볼 수 있었다. ‘개와 유대인 출입금지.’ 그들은 이러한 멸시를 받으며 험한 일,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자식들의 교육과 사회 진출에 온갖 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1.5세대부터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의사, 변호사, 금융인 같은 전문직 그리고 언론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사회 지도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어서 우리의 현재의 처지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J가 학창시절의 보아왔던 남을 배려하지 않는듯하고 극성스럽게 보였던 학부모들이 바로 우리의 1.5세대들이고 이제 그들 자신도 유대인 1.5세대와 같이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상공인, 전문직 직업인, 금융인 그리고 정치인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니 1.5세대가 아닌 2세대 3세대가 지금 받고 있는 아시안이란 질시와 미움을 극복하고 유대인처럼 아시아인이란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으로 지속하고 커야한다고 말이다.

첫 이민 온 1세대는 첫 유대인 이민자들처럼 멸시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너희들은 멸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매진하는 모습에 경쟁자로서 질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너희는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시기, 질투, 질시의 대상이다. 그러니 자만해서는 안 되지만 프라이드를 가져라. 그리고 의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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