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연 /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이 지난 4월 15일 대만 타이페이 대통령실에서 차이 잉웬 대만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때 뜨거운 주제가 북한이었다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대만이다. 싱크탱크의 공개 행사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때에는 북한 관련 행사가 많아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해야 했다. 북한 관련 비공개 브리핑 및 라운드 테이블도 활발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들어 북한 관련 행사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대만 관련 브리핑, 비공개 면담 및 행사 수요가 확연히 늘어났다. 필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기관 이사회 멤버 등의 요청이 있을 때 브리핑을 하는 것인데 요즘은 대만 관련 요청이 많다. 팬데믹이 안정화되면 기관 대표단이 방문할 첫 출장지로 대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었나보다는 왜 대만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는가이다. 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 이슈다.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은 바이든 정부에 아주 중요하다. 필립 데이비스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가 미·중 간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대만에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이 이끄는 비공식 대표단을 보냈다. 그만큼 대만이 미·중 경쟁 구도에서 지정학적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만 문제가 한·미 동맹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논의는 자연스레 얼마 전 미·일 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동맹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 관련 문구가 포함된 미·일 공동성명은 대표적 외교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막판까지 대만 문구를 삽입하는 부분에 대해 고심이 컸으나 결국은 미국의 요청을 들어줬다는 후문이다. 중국과의 경제 통상 관계를 염두에 두고 끝까지 고심했으나 결국은 미국의 대중 전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가장 힘이 되는 동맹국임을 보여준 것이다.

필자는 업무상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과 교류하는데 이들은 한·미 동맹에 관련해 한목소리를 낸다. 한국이 일본만큼 내어줄 수 없는 현실은 알겠지만, 지속되는 미·중 경쟁 구도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현 기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대해 필자는 전직 고위 관료 8명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미국이 거의 모든 것을 중국 렌즈를 통해서 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북한 렌즈를 통해서 보는 현실적 차이를 지적했다. 한국이 인권 같은 가치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소이다. 동맹국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 의제이다.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대중 견제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전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워싱턴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직접적으로 대결 구도에 참여할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얀마 인권 문제, 쿼드 워킹그룹을 통한 반도체 및 배터리 등의 글로벌 공급망 다자 협력 참여, 실질적 한·미·일 협력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