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

나는 한국이 가난하고 힘없던 국가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경제로 변화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나의 여정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300달러 미만이던 1971년에 시작되었다. 이 당시 대다수의 인구는 하루 세 끼를 챙기는 데 고군분투했고 "밥 먹었어?"라는 일상적인 인사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은 가발, 우산, 신발, 간호사 독일 파견, 그리고 중동으로의 건설 인부 파견이었다. 매일 아침 나는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나오는 '새마을운동' 노래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모두들 일어나 가벼운 체조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라는 내용의 노래였다.

매일의 대화는 여전히 한국전쟁 때 헤어진 가족이 아직 살아 있는지, 살아 있다면 남한과 북한 중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비극적인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쟁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새로 태어난 아기의 돌잔치에는 생존이라는 기쁨과 절실함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놀라웠던 것은 이러한 가난과 트라우마의 이면에 삶이 더 나아질 것이며 한국은 위대한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는 낙관주의와 희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은 그렇게 되었다.

세계 9~10위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은 자랑할 것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들 중 식자율이 가장 높다. 또한 반도체, 휴대폰, 선박 및 자동차를 포함해 세계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선도하는 국가다. 한국 운동선수들은 골프와 야구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 가요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이다.

한국의 소기업과 대기업은 모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주요 투자자이며, 최근 한국의 두 대기업이 미국 시장 내 지배권을 두고 다투었고 미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해야 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 부유층 중 다수는 전통적인 재벌 소유 가족이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해 대부분의 부를 해외에서 모은 새로운 세대의 억만장자들이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낡은 태도와 사고가 여전히 일부 남아 있다. 비극적인 한국의 역사와 이웃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감안할 때 외국인 지배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의식이 한국인의 사고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즘은 덜하지만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인정과 칭찬받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인의 지배를 두려워하며 외국인과 외국 자본에 대해 장벽을 쳤다.

사실 세계는 한국을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다. 세계는 한국의 기술과 제품, 투자를 필요로 한다. 세계는 한국 문화, 한국의 영상 및 음악 콘텐츠, 한국 음식과 운동선수들에 목말라 있다. 이러한 필요와 갈증은 한국에 진정한 영향력과 힘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정책을 설득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외국의 인정에 대한 갈망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이는 이미 달성되었다. 한국인들은 더 이상 국제 모임이나 콘퍼런스에서 맨 뒤편에 옹송그리며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 한 발 앞으로 나와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 자신들의 세계적 입지에 대해 부족함이나 부끄럼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한국은 이미 정상에 있다.

이것이 한국인들이 오만하거나 군림해도 된다는 의미일까? 물론 아니다. 한국이 자신의 세계적 위치와 역할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더 이상 일본, 중국 또는 미국의 정책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 국가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과 정책을 갖고, 장·단기 외교 전략 및 경제 정책과 목표를 수립하며, 이러한 계획과 정책이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세계의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 지도부는 한국이 원하는 안보 및 외교 방향에 유리한 국제 정책을 관철하고 한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인 정책과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학계,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세계는 한국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으며 한국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