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도 가슴 아프고 상상을 초월하는 힘든 생활을 강요받은 재일교포의 생활과 역사에 놀라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 일반적인 일본인에게 있어서 재일교포는 관계하고 싶지 않은 이질적인 이웃에서 지금은 평범한 이웃으로, 그리고 공생의 상징으로 조금씩 변화해 왔다. 재일교포와 진지하게 마주하고 이해를 다져온 일본인들은 재일교포의 역사를 발굴하여 전하고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재일동포의 생활사를 시리즈형태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재일교포 청취조사 성과 전시

▲ 재일교포 1세에 대한 청취조사를 한 일본인

오타구(大田區) 소재의 ‘쇼와(昭和)의 생활 박물관’(관장 코이즈미 카즈코=小泉和子)에서 개최되고 있는 기획전 『재일(在日)의 생활 - 보따리 하나로 바다를 건너』는 ‘쇼와시대(1926년~1989년)’를 살아온 재일교포의 의·식·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이즈미 관장을 중심으로 한 8명의 일본인 멤버는 2007년 5월부터 약 1년에 걸려 재일교포 1세에 대한 청취조사를 실시했다.

코이즈미 관장은 "재일교포 분들은 우리와 같은 땅에서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데 그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의식주는 어떠했는지, 최악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이즈미 관장이 '재일교포의 생활'을 테마로 청취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재일교포와 교류가 없었던 다른 멤버들은 당황하기도 했다. 유키 아카리(雪朱里, 38)씨는 재일교포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자신이 그런 테마를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깊이 들어가면 견딜 수 없는 사실이 떠오르지는 않을까". 단편적으로 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나가이 아유미(長井亜弓, 46)씨.

한국과 재일교포에 관심은 없었지만 ‘일본군강제위안부결의안’이 미 의회에서 채택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변했다는 사토무라 요코(里村洋子, 63)씨. 납치문제 등에 대한 관련 자료를 읽기 시작했을 무렵 이번 기획전 이야기를 듣고 기뻐했다.

나고야시(名古屋市)에서 태어나서 자란 마에가타 유미코(前潟由美子, 29)씨는 교토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찾던 중 재일교포 집단 주거지구인 교토역 뒤쪽에는 살지 말라던 주위사람들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청취조사는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카와사키시(川崎市) 교류관’ 관계자의 협력을 받아 의, 식, 주, 출산, 관혼상제, 오락 등의 테마별로 실시했다.

유키 씨는 취재내용의 줄거리 요약과 막걸리 주조 생활 조사를 담당했다. 그녀에 따르면 카와사키 도라지회 할머니들은 "남편이 일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수입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일본경찰의 감시와 통제로 계속 생활은 제자리걸음이었다"고 말한다. 유키 씨는 “재일교포들은 막걸리를 만들어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나쁜 이미지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상황을 일본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일교포의 생활상을 담당한 마에가타 씨는 1934년 9월부터 다음 해 2월에 걸쳐 도쿄부 학무부 사회과가 실시한 ‘도쿄 시내의 밀집 거주 지구에 관한 조사보고’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녀의 조사에 의하면 밀집 주거지는 불량주택 밀집지구 및 공장, 공사현장 부근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후카가와(深川)로 4300명이었다. 1941년에 환경정비를 목적으로 가건물을 건설하여 구 후카가와구내에 불법주택을 형성하고 있던 동포 약 1000명을 중심으로 강제적으로 이주시킨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전한다. 그녀의 보고서를 보면, 집중 거주지구은 6곳인데 어느 지구나 환경은 열악하여 후쿠가와구 시오가사키쵸(塩崎町)에서는 66가구의 대해 화장실은 1곳뿐이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수도, 전기 등의 설비가 없는 생활환경에 놓여져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전후 국가의 차별도 알게 되어

마에가타씨는 "전후 특히 대중의 차별과 더불어 국가의 차별이 있었다. 현재도 취직이나 입주차별은 있다. 사회보장이라고 하는 문제가 사람의 생활을 궁지에 몰아넣고 생활을 바꿔 버린다"며 분개한다.

나가이씨는 당초 동포의 육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먹이는 것만으로 빠듯해서 어떻게 애를 키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재일교포 할머니들의 말을 들으면서 의복 전반에 관한 조사로 변경하기도 했다.

그는 조사를 통해 세탁에서는 하얀 것을 보다 하얗게 하기 위해 손빨래, 삶기, 봉으로 두드려 빤 후 풀 먹인 의복을 다듬이질 한다는 과정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재일교포의 통제와 동화를 목적으로 한 일본에 쿄와카이(協和會)가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우리민족의 고유의상을 입는 어머니들에게 일본 옷 착용을 강요하기 위한 일본 옷 입기 교실이나 일본 바느질 교실 등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니이가타에서 할머니들의 청취조사를 한 사토무라씨는 관혼상제를 담당했다. 사토무라씨는 “재일교포 1세들이 조국(한국)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강한 생각으로 혼례 의상은 전통의식으로 하겠다며 한복을 착용하는 동포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 재일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