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매스서부한인회장

천착(穿鑿)이란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더 깊이 연구하는 노력을 일컫는 말이며 무위이화(無爲而化)는 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변하여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논어의 글이다.
이 두 말이 전하는 의미는 상반되어 이학(耳學)으로 접근하는 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실사구시로 격물을 취지하다 보면 그 뜻이 명확하다. 특히 제물의 논리로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사는 이 지상의 땅은 더없이 크고 문물은 넓어서 없는 것이 없는 듯하다.
포괄적인 이 말속에는 인간의 노작 즉 땀의 결과로 얻어진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아쉽게도 인위적인 것에 그러하며 무위로 보면 저절로 나타나고 사라져 가는 것들이다.
가령, 큰 비로하여 산이 무너져 내린 경우, 그러면 무너진 산의 바위나 흙은 누가 밀어내거나 파낸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무위이화 저절로 천지의 기운에 의해서 그리 된 것이다. 그런데 더 나가면 이렇게 무너져 내린 산 날망(봉우리)이 시간이 지나면 저럴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무너진 그대로에서 시간의 변화 속에 상이나 형을 바꾸어 간다는 것이다.

없는 것을 이루어 놓으면 그다음은 쉽다. 반면 어떤 것은 이루어 놓은 후에도 더 어렵다.

그에 미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초절한 인간이 다시 나타날 때를 기다리거나 수많은 전문가가 모여 숙고를 거듭해서 풀기도 하지만 봉인되는 경우도 있다. 라마누잔 같은 경우일 것이다. 나 같은 범부야 그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섭취하는 것조차 벅차다. 아니다. 풀어 놓은 것을 이해조차 하기 어렵다. 세상은 그렇게 굴러왔고 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없었던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온갖 것은 없을 터이다. 없는 것이 없다는 오늘이지만 인간은 여전히 목마르다. 또 다른 것을 탐구하는 이들로 하여 새로운 학설이나 사물의 원리가 정립되어 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all creation)은 우리가 구축해 놓은 결과물이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안이비설신의는 내가 연명해가는 결과물이다.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맛 보았으므로 지금의 형과 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확연해 진 것이다. 없다는 것과 있다는 존재 증명을 하기위한 인간의 집요한 결과는 둘 다 현존하고 둘 다 사라진다. 그것이 끊어지지 않고 찰라로 영속성을 가지는 것처럼.

하여 우리는 아는 것 이외는 모른다가 맞는 말이지만 나서는 사람들은 자기만이 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그것 밖에 모르냐고 물어야 한다. 인간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확연하다.

생각을 채집하고 나열해서 사상의 거처로 삼은 분들이 들려주는 비유는 자연(無爲)에서 오는 것들이다. 실상의 안과 밖을 벗어나 겁외에서 자유로이 소요하는 이들을 연모하는 까닭이다. 거와 미래가 그곳으로 내통하기에 그러하다. 시계조차 시간 여행자 이기 때문이다. 소이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