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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에게 희망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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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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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영 / 대한적십자사 회장

   
 

올해 74세의 편동식 씨는 6·25전쟁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헤어졌다. 생존해 계신다면 97세이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에 사무친다. 아버지 없이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며 그의 가슴에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응어리가 맺혔다. 아버지와 재회한다면 한풀이하듯 그동안 많이 힘들었노라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고 눈물 섞인 심경을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이산가족들의 사연은 이처럼 하나같이 절절하다. 원치 않게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이들의 애달픈 사연을 접하면서 내내 마음이 먹먹하다.

어제까지 추석 연휴였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위세에 일상은 물론 명절 왕래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전 같은 대규모 왕래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만남을 갖거나 비대면으로 연락을 취하며 얼마든지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긴 힘들지만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산가족들의 상황은 다르다. 헤어진 가족과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들. 살아 있음에도 왕래할 수 없고 연락조차 할 수 없다. 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애통함에 그저 눈물만 앞선다.

이들에게는 가족의 안부를 묻기는커녕 생사를 확인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간헐적으로 이뤄져왔다. 어렵게 성사된 상봉의 순간이 끝나면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의 기억을 붙들어 안고 또다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시간은 흐르는데 만남의 기약은 없다. 1988년 이후 현재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3530명 가운데 8만6000여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생존자는 4만70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층이 60%를 넘는다.

직접적인 교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십자는 이산가족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교류 인프라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완료한 이산가족 영상 상봉장 추가 증설작업이 대표적이다. 북측이 호응해 오면 언제라도 즉각적인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남측에서 영상 상봉장 7곳을 증설했다. 이와 함께 대한적십자사는 가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에 담는 영상편지 제작, 가족관계 확인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 검사 등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남북이 대화를 시작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남북문제는 늘 정치·외교적 이슈로 위기를 맞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철저히 인도주의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한다. 가족의 생사 확인과 상봉을 비롯해 실현 가능한 모든 교류 방안에 대해 남북이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속히 이산가족의 만남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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