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천 / 매스서부한인회장]

민주당 대통령 경선이 진통 끝에 어렵사리 매듭지었다. 경쟁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 명쾌하다. 같은 목적에 대해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룸. 이 간략한 행간 서로의 겨룸에는 합리적인 논쟁부터 전쟁에 이르는 견양(犬羊)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 그야말로 구밀복검의 비수를 숨긴다.

겨루거나 다툼은 그런 것일 수 밖에 없다. 왜 그런가? 승자의 전리품이다. 승자에게 주어지는 이 배네핏(benefit)의 크기에 따라 아름다운 토론은 살기를 머금은 도끼로 변하고 급기야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

결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는 다섯 왕조와 여덟 성(姓)을 섬긴 일은 조석으로 변하는 날씨와 같았다고 하며, 아침에는 서로 원수였는데 저녁엔 임금과 신하 사이로 신분이 바뀌자, 표정과 말을 바꾸면서도 부끄러워한 기색이 없다. 이와 상반된 삶을 살다간 악비(岳飛)의 삶과 대조되어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하여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무튼, 그래도 여기까지는 순수한 계략이나 책략이 전략으로 표면화되지 않은 때지만,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몽둥이나 돌맹이를 들게 되면 아뿔싸 여기서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처럼 이성으로 토론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기준점이 모호하지만, 그런 대로 질서를 유지해 온 것 모두 배네핏의 크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각 진영은 최종 승자가 되려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언론이 던진 미끼를 대중이 선택하기에 유리하다는 명분으로 흥행몰이 논쟁을 부추기고 싸움의 과정을 즐긴다. 정치의 잔인함이다.

이 덫에 걸린 대중은 미디어가 던져주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밖의 것은 볼 수가 없게 된다. 혁명의 나라 프랑스의 정치용어 톨레랑스(Tolerance)는 정치, 종교, 도덕, 학문, 사상, 양심 등의 영역에서 의견이 다를 때 논쟁은 하되 관용, 배려로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념을 말한다. 이겨야 사는 냉혹한 찰라에 상대가 긁어대는 아킬레스건은 손톱이 깊이 박일수록 후보자의 격은 야수로 변하고 멸시에 가까워진다.

중립적인 국민 입장은 대한민국이 잘 되면 대통령이 김가든 박가든 직접적인 신경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각 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정당이나 캠프의 입장은 대한민국 보다 오로지 우리 후보가 이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니 치열해지기 쉬운 경선 룰을 가지고 있다. 토론이 과열되고 시간은 급박하고 지지율이 비등하면 조로서도의 협소한 길을 통과 해야 하는 후보의 입장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급기야 금도를 넘는다. 이 모두가 승자에게 돌아가는 과도한 배네핏 때문이다. 내년 3월까지는 이 프레임 안에서 뜨겁게 논쟁할 것이다. 이 지리한 논쟁은 2500년 전 아테네에서 왔지만 이제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런 볼성사나운 경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