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의 60%가량이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찬성 
                     우익들의 주장에 편승, 변화하지 않는 일본 정치권의 편협함

일본 국민의 60%가량이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민주당 하토야마 연립정권이 강력히 지방참정권 법안을 올 상반기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으나 야당인 자민당의 반대와 연립정권내 소수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 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의 정진 단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문제도 바로 지방참정권 획득이다. 54년만의 일본 정권교체와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지방참정권 획득 문제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야당인 자민당의 강력한 반대와 국민신당의 일부 의원과 47개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회에서 반대 결의,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로 불거진 민주당 지지기반의 약화 등으로 인하여 본지는 지방참정권의 물거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1월 28일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방참정권문제는 하토야마 정권의 허약한 체질을 감안할 때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지방참정권 획득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내 흔들리지 않는 찬성 여론 층이 60%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월 16~17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전화)에서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에 대해 찬성이 60%에 이르고 반대는 29%에 불과했다. 작년 11월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찬성 59%, 반대 31%였다. 10여 년 전, 1999년 3월 각지가 실시한 전국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과 반대의 비율은 요미우리가 65.6 대 24.5, 마이니치가 58대 32, 아사히가 64대 28로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일본 민단신문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일본 정치권과 극우세력, 50대 이후 연령층에 비해 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명백히 한국에 대한 친근감과 한일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영주외국인 선거권'에 대한 태도는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 국민은 한국에 대해 갖는 개인적인 감정의 변화와 상관없이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를 그때그때의 정세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국민들은 영주외국인에 대해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더라도 일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본 내 외국인들을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지난 1월 20일 일본 치바현 이치카와 시의회는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하는 의견서 채택을 요구한 진정을 본회의에서 기각결정을 한 바 있다. 민단중앙본부와 이치카와 지부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국우단체인 ‘일본회의’와 ‘재특회(재일 외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일본 자민당의 광역의회,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의 우익성향의 언론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허용할 경우 외국인의 간접 침략 사태를 맞이하거나 한국과 중국 등의 영향력 하에 놓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1995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일본 내 영주외국인은 일본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91만여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일하게 지방참정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속내는 참으로 편협하다는 지적이 많다.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일부 정치인들을 상대로 우리정부와 재일민단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정치권과 극우 세력의 과거를 직시하려는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도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