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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인정? …시야 넓혀 외교 틀 다시 짜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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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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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현 /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2022년 예산으로 약 600조원을 확정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 돈을 주면 독도를 팔까요? 백 배의 돈을 주면요? 6경원은 아주 크죠. 소상공인 지원, 경항공모함 건조, 출산 장려 등 요즘 논란이 되는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항만, 도로,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 발전도 도모할 수 있죠. 복지와 교육 전반에 획기적 지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독도가 가지는 역사적,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반일 시위로 나라가 시끄러울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물론 가정이지만요.

우리가 뭘 주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까요? 북한의 추정 예산이 약 10조원이니, 100조원? 북한에 핵무기는 남한의 독도보다 더 중요하니 200조원? 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면 그래도 안 팔 겁니다. 내부적으로 자부심의 원천이고, 그만큼 정치적으로 중요하니까요. 게다가 인구, 경제, 군사,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남측(남의 군사비 지출은 북의 약 28배), 이를 지켜주는 미국(미국 핵탄두 수는 북의 약 120배)과 경쟁하는 마당에 경제 제재 등 손실을 감수하고 개발한, 안보의 핵심인 핵무기를 포기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죠.

안보는 무슨 안보. 우리가 북한을 공격할 마음이 없는 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죠.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라는 게 문제입니다. 계약을 강제할, 사기범을 잡을, 이를 심판할 그 누구도 없습니다. 다 각자도생입니다. 자주국방이 필수죠. 그러니 한 나라가 안보력을 키우면 옆 나라는 그만큼 불안해집니다. 자연히 국방력을 키울 수밖에요. 그러면 그 첫 나라가 불안해집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아무리 말해도, 진정으로 원해도 할 수 없습니다.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한국, 미국은 북핵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뭐라 해도 북한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더 불안할 테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아주, 아주 작습니다. 우리는 그 값을 제대로 쳐 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억지만 쓰고 있던 셈이죠. 일본이 600억원을 주면서 독도를 팔라는 꼴이랄까요.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대북한 외교의 틀을 다시 짜야 합니다. 북핵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드 사태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두고 한국은 또 미·중 사이에 끼게 됐습니다. 앞으로 더 심각한 사안을 두고, 더 자주 있을 수밖에 없죠.
북핵은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마치 한반도 유일의 문제처럼 몰아가고 있고, 한국 정치인들은 그 장단에 춤을 추고 있습니다.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면 한반도는 20세기 초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남북 간 경제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조건을 달고 있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불안한 한반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해법이 없는데, 있는 듯 자기최면을 거는 셈이죠. 그렇게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우선 미국은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북은 핵무기 개발을 현 상태에서 멈추어야 합니다. 미국은 각종 제재를 풀어 북한을 고립에서 끌어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북한을 중국 궤도에서 빼낼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미국이 매력을 느낄 해법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중재하며 외교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더불어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발전시켜야겠죠. 그래야만 우리는 위기를 끝내고 평화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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