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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손정의’가 시동 건 韓日경협 확대… ‘1석 4조’의 황금 카드불붙는 韓日 경제 협력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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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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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달 / 선임기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야후재팬은 한지붕 식구이다. 두 회사가 절반씩 지분을 소유한 A홀딩스가 작년 3월 출범하면서부터다. A홀딩스 밑에 Z홀딩스가 있고, 그 아래 라인과 야후재팬이 자회사로 작동한다.

   
▲ 한국과 일본 경제 동맹의 물꼬를 연 이해진(왼쪽)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일본명 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조선일보DB

2019년 11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맹 결의를 불씨로 한·일(韓日)이 합작한 일본 최대 빅테크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라인 관계자는 “중국 알리바바·텐센트 연합을 능가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블록체인 등에서 일체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A홀딩스의 아시아 지역 월간 사용자는 2억3000만명에 달한다.

   
▲ 한·일 1인당 GDP 추이

제2, 제3의 한·일 기업 동맹도 줄을 잇는다. LG화학과 일본 도레이가 총1조원 이상 투자하는 2차전지 합작사, SK이노베이션과 일본 화학전문기업 도쿠야마의 반도체 소재 합작기업 등이 작년 하반기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경협 확대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효과를 내는 한국 경제의 황금 카드”라고 말한다.

◇청년 일자리 해결 돌파구 열려
원동력은 혐한(嫌韓)과 반일(反日) 와중에도 봇물처럼 늘어나는 경제·문화 교류이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규모는 전년 대비 18% 늘었고 일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25% 증가했다. 2021년 일본 넷플릭스 최상위 TV프로그램 10개 가운데 6개가 한국 콘텐츠였다. 한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鬼滅)의 칼날’이 큰 인기였다.

이런 흐름을 살리면 한국 경제의 최대 고민인 청년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대졸 취업률은 5년 넘게 60%대인 반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같은 기간 매년 90%를 웃돈다. 일본 청년 구직자 한 명당 직장은 1.18개이다.

   
▲ 2018년 11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일본 취업 박람회’ 모습. 소프트뱅크·닛산자동차·전일본공수항공(ANA)과 일본 3대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 세계 LCD 유리 20%를 생산하는 일본전기초자 같은 우량 기업들이 한국 청년 700여명을 뽑기위해 왔다. 6200명이 넘는 한국 청년들이 이 행사에 몰렸다./조선일보DB
   
▲ 2018년 11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일본 취업 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일본 기업 부스를 돌며 일본 취업 정보를 얻고 있다./조선일보DB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작년 11월 한일경제인 회의에서 “양국 경제계가 구인(求人) 플랫폼을 공동운영하고 취업 박람회를 활성화하자”고 말했다.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조직 충성도가 높은 한국 젊은이들은 일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인 인재이다.

◇中 경제 과잉 의존 막는 버팀목
양국간 문턱을 낮추면 한국의 4배 면적에 1억 2500만명의 새 내수 시장이 창출돼 우리 제조·서비스업의 전면적 확장이 펼쳐진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일본학)는 “매년 100조엔(약 1036조원)이 넘는 일본 실버 산업 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유력한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총인구의 3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노인 국가이다.

일각에선 양국 경제 통합시 자동차·농업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피해를 우려한다. 하지만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당시 ‘한국이 왜색 문화로 뒤덮일 것’이라는 비관론과 정반대로 한국 ‘K팝’은 세계 최강(最强)으로 도약했다.

기업분석연구소인 ‘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한국인은 문을 열수록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한다. 일본 개방을 ‘메기 효과’로 활용하면 경제 전반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선 한국의 IT와 스피드, 젊은 인력을 흡수해 노쇠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잇점이 있다.

   
▲ 2019년 12월 4일 낮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가 열린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돔 인근에 K팝을 즐기는 일본 팬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조선일보DB
   
▲ 2019년 5월15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CBS방송 인기 토크쇼 '더 레이트 쇼'에 BTS가 출연해 1964년 비틀스의 미국 첫 데뷔 방송 무대를 재연하고 있다. BTS는 55년 전 비틀스가 섰던 바로 그 무대에서, 비틀스 초기 패션인 바가지 머리와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드럼 중앙에 'THE BEATLES'란 로고 대신 'BTS'가 적혀 있다./조선일보DB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 가치를 바탕으로 준(準)경제 동맹 형성 효과도 생긴다.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양국 합계 GDP 7조달러의 경제권이 가시화하면 미국이나 중국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이 경제 제재를 가해도 이겨내는 강력한 맷집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역과 소재·부품·장비에서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의존도는 25%,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경제의 긴밀한 통합은 거대 중국으로 쏠림을 막는 버팀목이자 균형추가 된다는 분석이다.

◇CPTPP 가입하면 경제 협력 급물살

   
▲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2017년 3월 9일 당시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텅 비어있다./조선일보DB

아세안을 포함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로 윈·윈(win-win)도 가능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시공 관리와 가격 경쟁력 같은 우리 강점과 정보력·금융·현지 네트워크 같은 일본의 장점을 결합하면 양국 컨소시엄이 인프라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무역·저탄소·글로벌공급망(GVC) 같은 새로운 통상 이슈에서 협력할 공간도 많다. 서석숭 한일경제협회 상근 부회장은 “한일 양국은 싫어도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라며 “경제 통합을 이루려면 공존·공생·공영(共榮)의 자세로 정치인들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 경쟁 대결 심화로 미국(혁신)과 중국(생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조선일보DB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독도 문제, 위안부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도 양국은 경제 파트너였다. 이는 글로벌 분업 체계상 양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는데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자유민주 경제권’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달 가입신청 의사를 공식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일차 관문으로 꼽힌다. CPTPP에 한국이 가입하면, 양국은 사실상 단일 시장이 돼 독일·프랑스처럼 높은 수준의 통합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 2021년 9월30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CPTPP 전문가 간담회' 모습/뉴시스

CPTPP 가입에 실패할 경우, 일본·대만 등이 주축인 서방 민주 경제 동맹에서 한국은 탈락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대일(對日) 관계 복원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경쟁력 높고 역동적인 한국, 자신있게 협력 확대 주도해야”
日에서 한국 선진 상품·문화 인기 폭발
요즘 LG전자의 ‘올레드(OLED) 에보 TV’는 야마다·요도바시카메라 같은 일본 대형 양판점에서 최고 인기상품 중 하나다. 2015년 1200대이던 판매량은 작년 1~9월 3만7200대로 급증했다.

‘핫이템’이 된 비결은 차별화된 품질이다. 일본 오디오·비디오 전문매체인 하이비(HiVi)는 2019년과 지난해 LG올레드 TV를 금상(金賞)과 최고 제품으로 선정했다. 오세천 전무는 “6~7년 전만 해도 꿈도 못꾸던 일본 시장을 프리미엄 혁신 제품으로 쑥쑥 뚫고 있다”고 말했다.

   
▲ 도쿄 아키하바라의 한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고객들이 LG전자의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살펴보고 있다./LG전자 제공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소재 인구 35만명의 가와고에(川越)시. 이곳에는 3~4년 전부터 40~50대 가정주부들이 BTS 팬클럽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지금은 10여개 됐다. 이들은 한국으로 BTS 관광쇼핑을 하고 현립축구경기장 등에 모여 BTS의 외국 공연을 화상으로 단체관람한다. 일본내 4차 한류 붐은 MZ세대를 넘어 중장년으로 확산 중이다.

이달 12일 기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포함한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1~10위는 모두 한국 콘텐츠가 차지했다. 한국식 포장마차를 본뜬 음식점과 ‘한국식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매장이 도쿄 신바시와 긴자(銀座)에 성업 중이다. 일본 SNS(소셜미디어)에는 ‘한국풍(風)’이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 2022년 1월12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최고 1~10위는 모두 한국 콘텐츠들이다./플릭스패트롤

구매력(PPP) 기준 1인당 GDP와 노동 생산성에서 한국은 일본을 이미 추월했다. 역동적인 한국과 대조적으로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장기 침체 때문이다. 일본 우위의 수직적 분업 관계는 막을 내렸다. 지금은 한국의 선진 상품·문화가 일본에서 대유행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여러 측면에서 전략적 우위에 있는 우리가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을 버리고 자신 있게 양국 경제 통합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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