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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국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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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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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 스포츠팀 선임기자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최민정이 은메달을 따는 시간대에 대선 후보 2차 티브이(TV) 토론회가 열렸다. 시청률 조사기관에 따르면 당시 쇼트트랙을 본 시청자 수는 토론회 시청자 수의 2배가량 됐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정치보다 스포츠가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스포츠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중의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권도 숟가락을 얹으면서 한-중 관계의 갈등 요소를 증폭시켰다. 개최국에 유리한 듯한 쇼트트랙 심판 판정이 나오면서 국내 팬들의 반응은 더 악화했다.

스포츠에서 공정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과도한 애국주의 시각으로 해석할 때 ‘국뽕’의 위험성이 있다. 우리나라 선수가 판정 불이익을 당해도 안 되지만, 스포츠 경쟁이 국민적 감정 대립으로 비화해서도 안 된다.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는 시상대를 손으로 살짝 쓸고 올라갔는데, 중국 네티즌들이 판정에 대한 불만 표시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적대감의 악순환이다. 중국 선수와 함께 뛰지도 않은 차민규는 “시상대에 오르는 경건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올림픽헌장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라마다 ‘국뽕’은 존재한다.
또 모든 것을 동질화시키는 세계화 시대에 개별 국가의 독특성과 다양성이 살아나는 곳이 올림픽과 같은 메가스포츠 무대다. 다만 스포츠 국뽕의 활력적 요소가 극단으로 흐르면 합리성은 사라진다. 엘리자베트 노엘레노이만이 ‘침묵의 나선’ 이론에서 다수 의견에 밀려 소수 의견이 갈수록 침묵한다고 했듯이, 민족주의가 과잉 표출되면 싸움밖에 남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국가 간 대결은 흥행 요소이지, 본질은 아니다. 바닥에 가상의 선을 긋고, 규칙을 만들어, 경쟁을 문화적 차원으로 높인 창조적 행위가 스포츠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거나 “즐기고 싶다”며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스포츠를 상업주의나 득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미디어와 정치권이 반성해볼 대목이다. 물론 요원한 희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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