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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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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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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 국차장 겸 지식부장

원자재값 상승 금리인상에
우크라, 기업탈출 우려까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절실`
9일 선거가 본능 일깨울 계기

한국은 망하지 않는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확신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내는 장면을 여러 번 지켜봤다. 그런 순간을 접할 때마다 짜릿한 감동을 받곤 한다.

3·1절 아침도 그랬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2월 무역수지를 일부러 찾아봤다. 수출 539억달러, 수입 530억달러로 8억달러 넘게 흑자였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오미크론 사태 등 온갖 악재를 무릅쓰고 일궈낸 실적이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행진을 3개월 만에 끊어냈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통계가 무역수지와 수입 증가율이다. 한국 경제의 체온을 가늠할 수 있는 온도계다.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는 위험한 신호다. 수출물가가 수입물가를 따라잡을 때까지 남는 게 없는 '헛장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그걸 감수하고 수출을 확 늘렸다. 대단한 맷집이다.

온 나라가 대선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요즘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대략 네 가지 장면이 위태롭게 펼쳐지고 있다.

첫째,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지난 1년 새 에너지 가격은 석유 1.5배, 가스 3배, 석탄이 2배 이상 올랐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탄소중립이 글로벌 대세로 굳어지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수입물가 때문에 무역수지가 흔들리면 가깝게는 환율, 멀게는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준다.

둘째, 금리 인상이다. 경기 위축을 피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중국에서나 통하는 얘기가 됐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빚도 능력'이라던 시대가 저물었다. 채무자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절이다. 지난 몇 년간 열심히 빚을 늘린 국가, 기업, 개인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셋째, 지정학적 불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북한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지고, '미국을 믿을 수 있나'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대만, 폴란드에서 비롯된 불안이 한국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넷째, 한국 기업의 외국행(行)이다. 지난 1월 SK스퀘어·SK텔레콤·SK하이닉스 세 회사가 연합 출범을 선언했다. 그 첫 작품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사피온 설립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사피온의 본사를 미국에 두기로 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이런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을 탓할 게 아니다. 국내 기업환경이 엉망인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영환경이 변했다.

이들 네 가지 장면의 공통점은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할 대형 악재들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다.

한국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내는 신기한 전통을 갖고 있다.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일본을 본떠 제철소를 짓는다거나, 오일쇼크가 벌어지자 그 진원지인 중동에 달려가 달러를 벌어오는 식이다.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때는 금 모으기 운동과 프라이머리 CBO,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같은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세계 금융위기 때는 한미 통화스왑으로 위기 상황을 단박에 뒤집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도 신선한 시도가 꽤 있었다.

한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창의적 문제 해결 본능만 일깨워 놓으면 된다. 다만 지난 몇 년은 그러한 본능이 억눌려졌던 세월이었다. 정치적 이념과잉이나, 집단 이기주의, '내로남불' 같은 '이물질'이 잔뜩 끼었던 탓이다. 오는 9일 대통령 선거가 '이물질' 제거의 결정적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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