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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데자뷔, 우크라 위해 국제사회 결속하라
디지털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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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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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 논설위원

   
 

거리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른다. 부서진 건물 앞에 선 여성은 피로 얼룩진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다. 그 모습이 애처롭다. 대피소로 변한 지하철역 내부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모습이다. 전쟁을 전하는 영상에는 언제나 인간들의 비극과 고통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국가들에게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양국의 군사력 불균형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양국의 국방비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2021년 국방비는 47억달러(약 5조6612억원)다. 반면 핵무기 보유국가 러시아의 국방비는 458억달러(약 55조1661억원)이니 우크라이나 국방비는 러시아의 10%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조지아(옛 그루지아)와의 전쟁에서 무기 노후화 문제가 드러나자 2008년부터 군 현대화에 나섰다. 반면 우크라이나 무기 대부분은 아직도 옛 소련 시절의 것이다.

병력 격차도 현격하다. 러시아는 현역병 90만명, 예비역 2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현역병은 19만6000명, 예비역은 90만명에 그친다. 특히 공군 병력은 러시아가 5배 이상 압도적이다. 러시아는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방공망 역시 막강하다.

물론 러시아도 약점이 있다. 전쟁이 터지면 많은 군인들이 전사하고 다친다. 군인들은 호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죽음을 두려워 한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경우는 사명감을 갖고 목숨 걸고 싸운다. 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라면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러시아군 병사는 죽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가족들은 애타게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결사적 항전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승산은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시민·병사들의 강력한 전투 의지야말로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결사항전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 푸틴의 패색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이다. 예상 밖의 고전에 러시아는 개전 5일만에 휴전협상에 나섰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합의 가능한 이슈를 찾았다"라고 밝혔다. 2차 회담은 수일내에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런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러일전쟁'이 떠오른다. 러일전쟁 전야, 제정 러시아 군대는 만주에 주둔해 있었다. 러시아는 조선에도 손을 뻗치려고 했다. 일본은 "러시아는 만주를, 일본은 조선을 서로의 세력권으로 각각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이대로 가면 점점 불리해질 것으로 판단한 일본은 개전을 결정했다. 일본함대가 뤼순(旅順)군항을 기습공격함으로써 전쟁은 시작됐다.

일본은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승리했다. 패전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승전이라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분노는 폭동으로 번져 계엄령까지 선포됐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100여년 전 러일전쟁과 유사하다. 당시의 조선을 '우크라이나'로, 일본을 '러시아'로 바꾸면 된다. 단순히 두 나라간 전쟁이 아니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론 러일전쟁은 옛날 일이고 국제사회는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을 100여년 전과 비교해 보면 생각만큼 달라지지 않았다. 힘으로 패권을 겨루는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는 지금도 유효하다. 여전히 세계는 평화롭지 않다.

강대국의 이익과 안보 수단으로 소국이 이용되는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은 막아야 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외교를 통한 해결이 국제사회의 시급한 책무가 됐다.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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