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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 초박빙 대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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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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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허버드 / 전 주한 미국대사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한국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유권자 77% 이상이 투표장에 나섰으며 역사상 가장 아슬아슬한 득표율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작은 득표율 격차에도 이재명 후보는 우아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두 후보는 모두 국가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작동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 발표 직후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윤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려는 미국의 열망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평화적 권력 이양이 이뤄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는 민주주의의 생명력을 고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민주주의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주권국 국민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부정하며 우크라이나에 잔혹한 군사력을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극적인 사례다.

미국은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미국과의 연대가 외교 정책의 축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가 안보와 무역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세계 보건, 기술 공급망, 환경 문제에서 긴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윤 당선인에게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경제 제재에 동참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새 대통령의 몫이다. 윤 당선인은 러시아의 노골적인 침략을 저지하는 데 동참해 한국 경제에 일부 피해가 있더라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웃 국가인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도 새 대통령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안보 동맹인 미국, 가장 강력한 이웃이자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고조되는 긴장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간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윤 당선인은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한 4자 안보협력체 쿼드(QUAD),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 주도 협력체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도 잘 부합한다.

일본과 관련해선 윤 당선인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함께 현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 중 바이든 미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윤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한 것은 상징적이다. 두 정상은 모두 한일 협력 회복을 위한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북아시아에서 두 동맹국의 긴밀한 관계를 북한 억제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보고 있는 미국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북한 문제는 낙관하기 어렵다. 북한은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한국과 바이든 미 행정부의 노력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10회 이상의 미사일 실험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접근법을 추구하며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힌 윤 당선인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미는 새 정부 초기에 북한의 중대한 도발을 경험해 왔다.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시아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이들은 세계가 민주주의 국가와 독재 국가들이 투쟁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갈등은 중국과 북한 등 독재 국가들이 역내 안정에 도전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은 한국의 근본적 지향이 둘 중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새 지도자인 윤 당선인 역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증대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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