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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코로나지옥은 없습니다. 감기처럼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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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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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풍 /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벗님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욕은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3월 하순입니다. 아직 새벽에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낮에는 가벼운 봄차림으로 나들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뭇가지에도 물이 오르기 시작해 이웃집 담장 개나리는 노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워싱턴 DC는 지난 20일부터 벚꽃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이스트 포토맥파크 해안선을 따라 워싱턴 광장에 이르는 수 마일의 벚꽃을 보기위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워싱턴 벚꽃은 1912년 일본의 오자키 유키오 도쿄 시장이 미일 우호관계를 상징하기 위해 벚나무 3천 그루를 보내온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1905년 미국과 맺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성공적으로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병합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제국을 병합한 일제는 대한제국 5대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을 하나씩 훼손하기 시작했습니다. 主宮인 경복궁은 광화문을 허물고 총독부 건물을 세웠습니다. 경희궁은 일본거류민 자녀를 위한 경성중학교(현 서울 중고)로 만들고 창경궁은 전각들을 철거하고 원(園)으로 격하시킨 후 그 자리에 동물원, 식물원과 벚꽃이 가득 찬 놀이공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워싱턴 벚꽃놀이도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미일관계는 30년 후 2차 대전의 적으로 싸우게 되고 지금 다시 찰떡같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으니 국제사회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교훈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3월21일 현재 미국 누적 확진자는 무려 8,150만 명에 사망자도 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는 공식통계에 잡힌 숫자며, 자가진단으로 양성으로 확인되어 집에서 며칠 앓다가 회복되는 사람은 통계에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인구 대부분이 코로나를 경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제 미국인들은 코로나에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교회, 상점, 식당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사람보다 많습니다. 백신증명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별다른 방역도 없고 감기처럼 코로나와 더불어 사는 셈입니다. 그래도 백신접종한 사람들은 코로나에 돌파감염 돼도 증세는 미접종자 11분의1 정도로 가볍게 지나간다는 분석입니다. 해답은 역시 백신인 셈입니다. 다행히 제약회사 모더나 CEO가 얼마 전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가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CEO 스테판 방셀 씨는 “우리 목표는 사람들이 겨울마다 2~3회가 아닌 1회만 접종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일반화될 때까지 앞으로 2년 가까이 지금처럼 코로나와 같이 사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오미크론 창궐로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미국은 요란스럽지 않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와 남미의 페루, 에콰도르 등 여러 나라는 며칠 째 아예 확진자 발표도 중단한 상태입니다.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곳의 한인동포들은 코로나 팬데믹보다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당장 휘발유 값이 50% 이상 오르고 다른 물가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입니다. 또 전쟁이 3차 대전으로 비화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난민돕기 후원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CNN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현지소식은 6.25를 경험한 세대는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을 안고 기차나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어린 시절 아련히 기억되는 화물열차 지붕 위까지 빽빽하게 피난민들과 함께 추운겨울 일주일 넘어 부산역에 도착한 기억, 다행히 우리 가족은 생후 백일도 안 된 동생 덕분에 화물칸 한 구석에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부산 국민학교 피난분교 천막교실에서 공책대신 땅바닥에 모래를 깔아놓고 막대기로 쓰고, 계산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1.4후퇴 전 무더웠던 여름 남영동 굴다리 안에 버려져 있는 지독한 냄새의 수많은 시체들을 어머니 손을 잡고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빠져나오던 기억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뜻한 오후 인근 ‘아이젠하워공원’ 호숫가를 산책했습니다. 입구에는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습니다. 아이젠하워와 맥아더 두 사람 모두 전쟁영웅입니다. 그래서인지 공원 안에는 전쟁 메모리얼 건물과 기념비가 제가 사는 카운티 출신 전사자들 명단과 함께 세워져 있습니다. 또 9.11테러 추모비와 사망자 명단을 새긴 벽면이 넓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원 한 구석에는 동포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일제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20만 강제 위안부 추모비가 뉴욕주 상하양원 위안부 결의안 비석과 함께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쟁 메모리얼 건물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역대 미국이 참전한 수많은 전쟁이 모두 새겨져 있습니다. 한쪽에는 비교적 최근 전쟁인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 기념물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에 울타리를 두르고 흙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미국은 수많은 전쟁을 대부분 해외에서 치룬 것입니다. 미 본토에서 치룬 전쟁은 식민지시절 독립전쟁과 내전인 남북전쟁뿐입니다. 이것이 무기산업과 전쟁국가라고 지탄받는 미국의 실상입니다. 즉, 전쟁은 다른 나라 영토에서 그 나라 국민들이 죽든지 파괴되든지 아랑곳없이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국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본토에서 당한 ‘911 추모비와 사망자 명단’을 새긴 병풍 같은 구조물은 공원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크게 세워져 있습니다. 미국은 9.11테러를 2차 대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후 처음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자존심을 크게 상해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끝까지 추격해 사살했습니다. 수많은 기념비 한구석에 1932년-1933년 우크라이나 대량 아사 기념비에 유난히 많은 화환이 놓여 있습니다. 90년 전 소련은 스탈린이 추진한 집단농장 정책으로 소련 전역에서 아사자가 대량 발생했는데, 피해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에 집중되었습니다. 비석에는 당시 우크라이나 국민 7백만 명이 ‘소련군과의 전쟁으로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뿌리 깊은 반러시아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주일 째 벌써 2백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인근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로 몰려들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는 아동병원, 극장, 아파트 등 민간인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충격 속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이 비극을 내심으로 반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군수업체들과 정유회사 등 입니다. 무기산업은 전쟁이 격화될수록 재고처분과 함께 주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정유회사도 싸게 구입한 비축유를 고가에 처분하고 있습니다. 또 전쟁이 끝나면 복구과정에 많은 건설업체들이 호항을 누리게 될 것은 뻔한 노릇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강대국들 싸움에 약소국은 전장터를 제공하고 국토의 파괴와 인명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는 것입니다. 70년 전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력으로 국토를 방위할 국방력과 국제정세에 따른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 체임벌린은 “전쟁에서 어느 편이 스스로를 승자라고 부를지라도 승자는 없고 모두 패배자들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누가 뭐래도 전쟁은 인류 최악의 범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차 대전으로 비화할 것을 걱정하면서 86세 노구를 이끌고 평화를 호소하면서 동분서주하고 계십니다. 더욱이 3차 대전은 인류의 공멸을 의미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해 국가가 부유해지는 것보다는 가난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선택입니다. 조국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자께 전하고 싶은 말씀입니다.

저의 코로나지옥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편지도 끝낼 때가 왔습니다. 더 이상 미국과 뉴욕은 코로나 ‘지옥이 아닌 일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더 밝고 아름다운 소식을 시간나는 대로 벗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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