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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교복’과 한·중의 국민감정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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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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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 한국국제학교는 최근 학생 학부모 교사를 상대로 ‘한복 교복’ 착용에 관한 찬반 설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근소한 차로 많았다. 눈길을 끄는 건 그 이유다. ‘한·중 관계가 나빠졌을 때 학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 학생이 타깃이 돼 해코지를 당할까 걱정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동양인이 서양에서 겪을 법한 차별과 공격에 대한 걱정을 한국 교민이 중국에서 할 만큼 지금 한·중 관계는 바닥이다. 물론 한·중 양국은 2017년 10월 관계 파탄의 이유가 된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건 정부 차원의 일이고 국민 정서는 다르다. 당시 중국이 암묵적으로 가한 경제 보복 탓에 피해를 본 현지 교민들은 사드의 사자만 꺼내도 넌더리를 낸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냉담한 시선으로 바뀐 것도 그즈음이다. 이후 한·중은 한복과 김치 기원 논쟁, BTS의 한국전쟁 발언 등을 놓고 충돌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선 중국 56개 민족 대표 중 하나로 조선족 여성이 한복을 입고 등장해 한국 여론이 뒤집어졌다. 조선족 한복 착용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난은 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 역시 “포퓰리즘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행태를 보였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세계적으로 형성된 반중 정서의 밑바닥에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뚜렷해진 중국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인권 문제가 있다. 지난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올해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을 앞두고 패권주의는 한층 강화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9%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한 것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평균보다 높은 77%가 중국이 싫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약속했다. 현 정부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붙었던 대중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은 떨쳐내는 게 맞는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성과를 반감시킨 중국 경호원의 한국 사진기자 폭행 사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을 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사드 보복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던 일 등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의미에서 윤 당선인 주장대로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중 감정에 기대거나 활용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대선 전 터진 베이징올림픽 한복 논쟁과 쇼트트랙 판정 시비가 보수 정당에 득이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5일 시 주석과 첫 전화 통화를 갖고 새로운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성사된 매우 이례적인 이번 통화는 중국 역시 한·중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 주석은 “상호 존중, 정치적 신뢰 강화, 민간 우호 증진을 통해 양국 관계 안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멀어질 대로 멀어진 양국 국민 감정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아무리 정상회담을 하고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한들 이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 한·중 관계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다시 첫발을 떼기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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