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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유엔 존재 이유 뭔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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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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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 경희대 석좌교수 前 駐유엔 대사

요즘 종종 성난 전화를 받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를 보다가 21세기에도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무력감과 분노 속에 주변에서 유엔을 제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화풀이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러려면 유엔은 왜 존재하나요” 하는 질문이 가장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국제사회는 유엔을 창설했다. 그전에 있던 국제연맹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하려 했다. 즉, 국제연맹은 집단안보를 위한 강제력이 없어서 독일과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응하지 못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라는 강력한 기구를 만들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력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러나 이때 유엔을 만든 5개 강대국은 그러한 강제력의 칼날이 자국(自國)을 향하지는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제도가 그것이다.

유엔의 집단안보 개념은 어느 국가가 침략행위를 하면 다른 모든 회원국이 단합해 이에 맞선다는 것이다. 1950년 6·25전쟁 당시 결성된 유엔군처럼 회원국들이 집단안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안보리가 승인해 준다. 안보리 승인이 없거나 자위권의 행사가 아닌 모든 무력 사용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은 불법적 전쟁을 일으켜도 유엔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있었던 유엔특별총회 결의와 같은 조치가 가능하지만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세계 평화를 위한 인류의 집단적 노력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최소한 다음 3가지 정도의 긍정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판을 새로 짤 가능성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은 항상 참혹한 전쟁 후에 나타났다. 77년 전 강대국들을 유엔에 참여케 하려고 부여한 특권이 그들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력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때문에, 국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특권 부여 방법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집단안보와 같은 중대사를 1국 1표 다수결로만 결정하자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는 합리적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호의존적 경제관계와 민주주의의 힘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러시아에 부과한 강력한 제재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효과를 보일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어느 국가도 외부와 단절돼 살 수 없다. 20세기 2차례 세계대전을 시작한 독일이 프랑스와 다시 싸울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들의 상호의존성이 너무 크고 민주주의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칸트의 말을 믿지 않더라도, 대러 제재가 유엔의 군사 개입보다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셋째, 언론과 정보통신의 힘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CNN과 텔레그램에 생중계되고 있다. 그러니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판단하기 위한 전범재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전 세계 시민들이 판정할 수가 있다. 역사가 기록되는 방법이 달라진 만큼 역사는 더 이상 강자 편이 아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 유엔보다는 세계시민의 공론(公論)임을 알려주는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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