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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년 역사에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던 날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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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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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 커탄지 브라운 잭슨 미 연방대법관이 지난달 2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지성의 정점이며 현존하는 최고의 현인으로 구성된다는 미 연방 대법관 9명의 명단에 마침내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의 이름이 올랐다. 232년 미 대법원 역사에서 대법관은 총 120명이었다. 이 중 115명이 남성이었고, 117명이 백인이었다. 미국이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 나라'임을 무색케 하는, 미국 최고 권위 기관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잭슨 후보자는 지난 7일 상원 인준 투표를 통과,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됐다. 미 연방대법원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그는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 내내 품위를 지켰다. 여태껏 백인 대법관 인준청문회장에선 볼 수 없었던 린지 그레이엄, 조시 홀리, 테드 쿠르즈 등 공화당측 백인 의원들의 인종주의적 조롱과 경멸성 질문에도 흥분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부커 의원과 눈을 마주친 잭슨 후보는 안경을 위로 올려 눈물을 닦아 내다, 그만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그의 가족과 방청객들도 함께 울었다. 7일 오후 상원의 인준 투표가 실시됐고, 3명의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원의 찬성(53대 47)으로 결국 가결되었다. 투표 결과는 아시안계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의해 발표됐다.법사위 유일한 흑인 의원인 코리 부커의 연설이 감동적이었다. "나는 미국의 모든 아프리카계 여성들이 반복해서 겪어온 익숙한 상처에 공감합니다"라는 말로 흑인 여성 후보를 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잭슨 후보자를 향해선 "당신은 이 자리에 당신의 힘으로 왔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기에 충분합니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미국인입니다. 지금 아무도 내가 느끼는 이 기쁨을 망가뜨리지 못합니다. 나를 화나게 만들지 못합니다"라고 격려했다.

   
▲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가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함께한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대법원 판사로 임명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승인이 끝나자마자 셰릴린 아이필 NAACP(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 대표는 부커 의원실로 달려가 그를 부둥켜 안았다. 아이필 대표는 흑인사회의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여성 변호사 겸 법학자이다. 아이필 대표는 "오늘은 이 나라에 대한 흑인들의 믿음을 재확인하는 치유의 날입니다. 미국의 약속을 믿고 싶어하는 흑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커 의원은 그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필 대표에 기대어 엉엉 울었다. 다른 대법관 청문회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무례함과 무시를 견뎌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에 담았다. 부커 의원은 뉴저지 출신의 3선 흑인 상원의원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과 대법관을 흑인 여성으로 지명하도록 하는 일에 가장 열정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음 날인 8일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주로 흑인 여성들이 많았다. 역사적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을 축하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행사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 연방대법원의 차기 대법관이라고 소개받은 그가 연단에 섰다.

"흑인 여성이 미국 대법관이 되기까지 232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해내고 말았습니다."

오른쪽엔 바이든 대통령이, 왼편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섰다. 바이든은 최초 흑인 대통령의 부통령을 지냈고, 흑인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명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렇게 역사는 또 한 걸음 진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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