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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행위 없었다”주장 조국과 판박이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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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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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 논설위원

불법 포함 ‘특권적 불공정’ 여부 밝혀야
엄정수사로 고위층 공정의식 쇄신해야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들의 입시 ‘아빠 찬스’ 논란에서 결정적으로 ‘이 사람들 정말 안 되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2020년 12월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론 조씨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정의로운 지식인에서 권력 엘리트로 급부상한 한 극적인 인물의 용납되기 어려운 일탈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그때 현 정권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하기 위해 전격 기용한 판사 출신의 이용구 전 법무차관의 윤 총장에 대한 술자리 시비 사실이 알려졌다.

뉴스가 보도된 건 12월이지만, 실제 사건이 벌어진 건 그해 4월이다. 그때 이씨는 법무실장에서 사퇴하면서 법무부 간부들과 환송회를 겸한 술자리를 벌였는데, 뒤늦게 윤 총장이 참석하자 만취한 채 조국 수사에 대한 불만의 포문을 열었다는 게 골자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윤 총장을 ‘형’으로 호칭하면서 “형이 정치하려고 국이 형(조국 전 장관) 수사한 것 아니냐”, “형만 아니었으면 국이 형 그렇게 안 됐다”며 거칠게 대거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씨는 “(허위) 표창장은 강남에서 돈 몇 십만 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걸 왜 수사했느냐”고 했고, 또 “(자녀의) 추천서(스펙) 품앗이는 강남에서는 다들 하는 것”이라며 수사 자체를 폄훼했다. 이씨로서는 검찰 수사가 무리라는 주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이씨의 얘기는 ‘조국사태’가 개인 차원을 넘어, 자녀의 부당 입시를 위해 끼리끼리 스펙 품앗이를 서슴지 않고 가짜 표창장 거래를 관행으로 여기는 강남의 ‘잘난 부모’ 계층 전체의 문제라는 현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사실 조국사태에 정말 화가 났던 건 비단 조씨의 위선과 반성 없는 태도만은 아니었다. 국민에겐 입만 열면 정의를 떠벌리던 개혁적 인사들이 줄지어 ‘조국수호’에 나서서 한마디씩 보태는 행태를 보면서 ‘내로남불’ 정권의 실상을 확인하는 것도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민에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이씨 얘기처럼, 이 나라의 ‘잘난 부모’ 다수가 제 자식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학생들에게 치명적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입시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는 것에 대해 정말로 아무런 가책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공정의식이 무너진 현실이었다.

이제 정권은 바뀌게 됐고, 조국사태를 거치며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들어올린 그때의 윤 총장은 다음 달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역겨운 ‘내로남불’만은 더 이상 안 보길 바랐던 국민은 지금 또다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부당 ‘아빠찬스’ 의혹을 마주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에 빠졌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비리 의혹에 대해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는 말을 7번이나 반복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과거에 “불법행위는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조씨의 모습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뭐가 같은가, (정 후보자가) 조작했습니까? 위조했습니까? 뭐가 똑같은지 얘기해보라”며 기자들을 공박했다.

이런 식이라면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물 건너간 것 같다. 명예를 걸고 결백을 주장한 만큼, 검증을 감당하겠다는 정 후보자를 말릴 이유도 없다. 다만 향후 의혹 검증은 어떤 식으로든 조국사태 때 같은 강력한 강제수사를 통해 불법과 부당행위는 물론, 지도층의 특권적 관행의 작동 여부까지 철저히 파헤쳐 밝혀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정 후보자가 조 전 장관과 다르다는 점을 널리 확인시키는 게, 그의 명예는 물론 윤 당선인의 ‘공정’을 위해서나 고위층의 공정의식 쇄신을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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