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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동포’ 중심의 대북 정책 필요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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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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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 전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新냉전 특징은 ‘자유 對 독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선명
서방의 敵은 푸틴·시진핑 세력

자유 진영은 中·러 주민과 협력
핵 대응 강화와 남북대화 병행
6·23선언式 담대한 결단 기대

   
 

우리는 탈(脫)냉전시대 30년을 지탱했던 화해와 평화의 규범이 파괴되고 힘의 논리가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신(新)냉전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이러한 사실을 체감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대북정책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냉전시대에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중요한 정책에서 지혜를 얻는 게 바람직하다.

서방 진영은 1947년부터 소련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봉쇄정책을 폈다. 나치 독일을 함께 격퇴한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우호적인 여론도 많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소련의 실체를 파악하고 냉전 구도를 정착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냉전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옷을 입은 두 체제의 대결이었다. 미·소, 미·중 데탕트와 같은 대화 노력도 있었으나 군사적 대치와 긴장의 연속이었고, 일반 국민 간의 교류도 극히 제한됐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3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은 ‘6·23 평화통일 외교정책 선언’(6·23선언)을 발표했다. 당시는 안보적으로 매우 취약한 시기였다.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를 월등히 앞섰고, 1971년 주한미군 7사단 철수와 중국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1972년 리처드 닉슨의 중국 방문, 1973년 1월 베트남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국제 정세가 크게 요동쳤다. 1971년 남북 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진행된 남북대화도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6·23선언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한 결과물이다. 선언은 △남북 간 상호 내정불간섭과 불가침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찬성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한국의 문호 개방 등 파격적인 제안을 담았다. 상호 내정불간섭과 불가침은 남북 분단사의 일대 장전으로 평가받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치적 화해와 군사적 불가침 부문으로 발전했다. 유엔 동시 가입 제안에 허를 찔린 북한은 ‘2개 조선’ 책동이라고 맹비난했지만, 1991년 7월 먼저 신청서를 내서 160번째(한국은 161번째) 회원국이 됐다.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지지는 북한을 밖으로 끌어내 국제사회의 규범과 상식을 따르도록 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문호 개방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냉전의 벽을 허물고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대담한 시도였고, 노태우 정부가 냉전 종식이라는 세계질서의 대전환기에 공세적인 북방정책을 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신냉전시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팽창과 이에 저항하는 서방 진영이 대립하는 세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탈냉전 30년간의 유화정책이 중·러의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데 악용됐다고 판단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냉전 구도를 정착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현재 이념의 옷을 벗은 자유와 독재의 체제 대결이 진행 중이다.

신냉전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재체제의 정권과 주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자유세계의 적(敵)은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 일당이지만, 일반 주민은 협력의 상대로 본다. 세계화 덕분에 민간 교류와 협력을 냉전시대처럼 틀어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대중적인 접촉면이 넓고 연결고리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자연재해·감염병·테러 등 국제적으로 협조해야 할 신흥 위협이 늘어나 체제는 달라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

신냉전시대를 맞아 6·23선언에 버금가는 담대한 대북정책이 나와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을 독점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북한이 월등한 군사력으로 도발을 일삼던 1970년대에도 6·23선언으로 판을 주도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대에게 비핵화하면 협력하겠다는 정책으로는 남북 관계를 끌어나갈 수 없다. 이제 핵 문제와 남북대화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정책’이 필요하다. 북핵 위협은 한미동맹을 핵·미사일 방어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 제재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북한 동포 중심의 남북 협력과 북한 변화의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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