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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고 말할 참모가 없다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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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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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규 / 논설위원

盧 말리던 참모 떠난 뒤 폭주
文 곳간지기 ‘No’ 못하자 뒤탈
尹 주변 검찰 측근 줄줄이 포진
‘쓴소리 맨’ 없어질 때 국정 위험

   
▲ 윤석열(맨 왼쪽) 대통령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회의실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로운 토론”을 수차례 언급하며 참모진과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참모들은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구두 밑창이 닳도록 다녀야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성정이 불같았다. 하고 싶은 말과 일은 꼭 해야 했다. 야당·언론뿐 아니라 여당과도 갈등이 심했다. 초반엔 그를 말린 참모들이 있었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 “안 된다”고 했다. 문희상 전 비서실장과 정찬용 전 인사수석도 거들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유 전 수석의 반대가 이어지자 대로(大怒)했다. “경기고·서울대 나와 인생 포근하게 산 사람이…”라고 질책했다. 유 전 수석은 민주화 운동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사람이다. 그 후 그는 입을 닫았다. 이들이 청와대를 떠나자 더 이상 대통령을 막을 사람이 없어졌다. 대통령 뜻대로 질주했고 국회 탄핵 사태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마디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지상명령이었다. 반대는 고사하고 만나기도 힘들었다. 보고와 지시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이뤄졌다. 아무도 대통령을 거역하지 않았다. 쓴소리는 있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따른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자신감이 지나쳤다. 입버릇처럼 “내가 다 해봐서 안다”고 했다. 쇠고기 협상을 밀어붙였다가 광우병 파동을 맞았다. 청와대 요직엔 오랜 측근을 앉혔다. 그들은 대통령 의중대로 움직였다. 사저 문제로 고름이 터졌고 특검 수사로 갔다.

문재인 청와대는 친문과 운동권 세상이었다. 1980년대 이념 코드로 뭉친 ‘그들만의 리그’였다. 소주성과 탈원전, 부동산 규제, 남북쇼 등 하는 정책마다 실패했다. 그래도 대통령에게 감히 ‘노(No)’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이 같으니 그럴 이유도 없었다. 민정·인사 라인도 조국·김외숙 등 측근들이 꿰찼다. ‘민정의 저주’와 인사 참사가 5년 내내 이어졌다.

그런 친문의 철옹성에 이질적 존재가 한 명 있었다. 기재부 공무원 출신 총무비서관이었다. 그는 문 전 대통령과 친분도 없었다. 그냥 곳간지기였다. 그에게 대통령은 “내 가족이든 비서실장·수석이든 함부로 돈 쓰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그는 고지식하게 따랐다. 줄곧 ‘노’라고 했다. 그래서 청와대에선 “총무비서관 때문에 일 못 하겠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임기 중반까지는 버텼다. 하지만 그에게 친문 코드가 박히자 ‘노’는 ‘예스’로 변했다. 결국 가족 논란과 함께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 의혹이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직 문화가 강한 검찰에서 평생 일했다. 자기 확신도 강하다. 한번 생각을 굳히면 잘 바꾸지 않는다. 대선 땐 “‘윤핵관’에 둘러싸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집무실 이전을 급하게 밀어붙이다 정치적 논란도 빚었다. 이번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선 검찰 등에서 함께 일했던 오랜 측근들을 줄줄이 기용했다. 이들은 법무·민정 분야를 넘어 인사·총무·부속실까지 차지했다. 청와대만 6명이고 부처를 합치면 10명을 훌쩍 넘는다. 일부는 성비위 등 도덕성 논란도 있었다. 그래도 윤 대통령은 이들과 일하기를 원한다. 의중을 파악해 척척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참모들의 생각이 똑같으면 ‘우리가 옳다’는 집단 오류와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 판단이 틀렸을 때, 국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외려 대통령 심기에 맞춰 태평가를 부를 수 있다. ‘측근의 장막’에 싸이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금 다시 한번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내게 언제든 ‘노’라고 할 참모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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